(데어이코노미) 우리의 하루 일상이 거시경제학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를 숫자와 그래프, 뉴스를 통해서만 접합니다. 신문 1면에 실린 GDP 성장률, 주식시장의 등락, 가계부채 비율 같은 단어들은 마치 나와는 먼 세계의 언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은 경제는 결코 우리 바깥에 있는 거대한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내리는 선택들이 모여 곧바로 경제가 되고, 그 경제가 다시 우리의 삶을 규정합니다.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거시경제적입니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집어드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한 끼 해결이 아닙니다. 그 선택은 곧 소비 통계에 반영되고, 편의점 본사의 매출로 기록되며, 물류 시스템을 타고 흘러 전국의 농가와 제조업체에까지 닿습니다. 출근길에 커피를 사 마시는 행동 하나도, 한 개인의 기호를 넘어 카페 산업의 성장을 떠받치고, 수많은 청년 바리스타들의 일자리를 지탱합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선택들이 곧 시장의 맥박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빚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에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나의 재정적 결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한국의 가계부채 통계로 합산되고, 금융당국의 금리 정책에 반영되며, 외국 신용평가사의 레이더에 포착됩니다. 당신이 갚아 나가는 월부금이 결국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셈이지요. 한 개인의 어깨에 걸린 빚이 곧 국가적 과제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삶과 경제가 결코 따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19 시절의 경험은 이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외식과 여행을 줄이고 집에 머무르며 저축만 늘렸을 때, 내수는 급속히 위축되었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 시민들의 소비가 일시적으로 살아나면서 골목 상권이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즉, 국민 개개인의 선택과 정부 정책, 기업의 성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장면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학 교과서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내야 하는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투자의 영역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0년 이후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 흐름은 단순히 각자의 이익 추구가 아니었습니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모여 시장의 온도를 바꾸었고,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을 흔들었으며, 국가 경제 전체의 활력을 움직였습니다. 어떤 이는 소박하게 매달 일정 금액을 ETF에 투자하고, 어떤 이는 과감하게 레버리지를 걸며, 또 어떤 이는 현금을 쥐고 기다리기를 선택합니다. 이 다양한 전략들이 모여 하나의 파도를 만들고, 그 파도가 다시 우리의 삶을 휩쓸며, 또 다른 기회를 열어 줍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은 모두 경제적 행위로 엮여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얼마나 저축하며,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단순히 나의 인생 계획을 넘어 사회 전체의 흐름을 규정합니다. 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차가운 발표가 아니라 내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이고, 환율 변동은 국제 뉴스 속 한 줄이 아니라 내 월급으로 사 먹는 수입 과자의 가격을 바꾸는 사건입니다. 경제는 멀리 있는 이론이 아니라 곧 내 삶의 언어이며, 내가 매일 만지고 체감하는 실질적 현실입니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인간의 삶은 결국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이 선택들은 언제나 기회비용을 동반합니다. 한 가지를 택하면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하지요. 이는 단순히 개인의 삶의 방식일 뿐만 아니라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삶을 꾸려 나가는 방식은 곧 경제학의 실험실이고, 거시경제의 데이터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 기록된 거대한 일기장입니다.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하나입니다. 경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삶입니다. 내가 오늘 어디서 밥을 먹을지, 월급을 저축할지 투자할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할지 말지는 모두 경제적 결정이며 동시에 내 삶의 철학적 태도를 드러냅니다. 삶은 곧 경제이고, 경제는 곧 우리의 삶입니다. 그렇기에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인식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줍니다. 뉴스 속 금리 인상, 환율 변동, 성장률 수치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기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을 흔드는 실질적인 바람이며, 내가 매일 내리는 선택들이 모여 만든 파도의 반향입니다. 당신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거시경제적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서로의 선택을 매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