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귀한 내 아들을... 남편이 전업주부 하겠다는 말에 시댁이 뒤집어졌습니다.
방금 시어머니와 통화하고 혈압이 올라서 글 씁니다.
얼마 전 아기 천사가 우리 부부를 찾아왔습니다. 임신 3개월차. 계획된 게 아니어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정말 행복하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계획이 조금 틀어진 거라, 다시 계획을 세워야 했죠.
저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고, 남편보다 연봉이 훨씬 높습니다. 저는 커리어 욕심도 많지만, 남편은 일 욕심은 없고 오히려 저보다 집안일을 더 좋아하고 잘합니다.
그래서 너나 할 거 없이, 너무나 합리적인 합의를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고, 상황에 따라 남편이 퇴사 후 전업주부를 하기로요. 남편도 저도 만족하는 계획이었어요.
이 계획을 어제 시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원래는 직접 만나뵀을 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어제 전화로 물어보시는 통에 조심스레 말씀드렸다가... 난리가 났습니다.
어머니께서 전화기 너머로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어디 귀한 내 아들을 집에서 살림만 시키려고 드냐고.
아버님은 한술 더 뜨십니다.
남자가 집안의 기둥인데, 큰일을 해야지. 여자가 남편을 받들고 내조해야 가정이 평안한 법이다.
...2025년에,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가요?
저희는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남편도 저와 생각이 같고요. 남편은 매일 출근하는 게 지옥이래요. 하지만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깨끗하게 만들고, 보수하고 하는 건 너무 재밌다고.근데 시부모님이 걱정이에요. 앞으로 시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말 캄캄하네요. 남편이 따로 가서 말씀드리겠다고는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방금도 또 전화를 하셔서는 상냥한 말투로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아무리 아빠가 꼼꼼하다고 해도 엄마만 못하다고, 애를 잘 키우려면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고... 전략을 바꾸신 것 같은데
휴. 전화를 끊고 나니 더 착잡하네요. 제가 정말 아들 인생 망치는 나쁜 며느리가 된 것 같고, 아기 두고 일 나가는 모자란 엄마가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혹시 비슷한 일 겪으신 분들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해 내셨나요?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