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연차 쓰고 누워 있는데 동료가 집 앞에 왔다 갔어요ㅠㅠㅠㅠ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지 오한이 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어제는 일어나지도 못해서 연차 쓰고 종일 시체처럼 누워 있었습니다.
회사 때문에 타지에서 혼자 사는데, 이럴 때가 제일 서럽더라고요ㅠ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온몸이 쑤시는데, 약 사다 줄 사람 하나, 물 한 잔 떠다 줄 사람 하나 없으니까요.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끙끙 앓으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쯤 잠깐 정신이 들어서 핸드폰을 봤는데, 회사 동료에게서 카톡이 와 있더군요.
'오늘 왜 안 나왔나 했더니 아팠구나' 하길래 그냥 '응 감기몸살인듯ㅠㅠ' 답장하고 다시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쯤 다시 눈을 떠서 핸드폰을 보니 동료한테 또 카톡이 왔더라고요.
'문 앞에 죽 걸어두고 가. 약도 넣어 놨으니까 꼭 챙겨 먹고 푹 쉬어.'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아픈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어보니, 문고리에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죽이랑 약이 담긴 봉투가 정말 걸려있더라고요.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확 올라왔습니다. 오늘 종일 아프고 너무 서글펐는데 거기에 고마움과 안도감이 뒤섞여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친하긴 했지만 그냥 회사 동료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멀리 있는 가족보다 더 가까이서 나를 챙겨준다니. 회사에서 우리집까지 왔다가 본인 집 가려면 돌아가야 하는 걸텐데...ㅜㅜ
주소는 어떻게 알았냐고 정말 고맙다고 덕분에 살 것 같다고 답하니까 이전에 제가 티켓 예매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카톡으로 배송지를 알려줬어서 그거 보고 온거라고 하더라고요. 배달을 시켜줄까 하다가 혹시 약 없어서 못 먹고 있을까봐 약도 사다줄 겸 온 거라고...ㅠㅠ 쓰면서 또 울컥하네요 휴
오늘은 몸이 좀 괜찮아서 출근했는데 동료 얼굴 보니까 괜히 울컥하더라고요. 아직 감기 옮을까봐 밥은 같이 못 먹지만 다 나으면 밥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술도 사줄 거예요.
혹시 사귀라는 댓글 달릴까봐... 둘 다 여자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