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남자가 일해야지" 반대했던 시부모님... 지금 저희는 이렇게 삽니다.
저희 남편,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비슷한 글을 봤던 기억인데요. 그 글을 보며 우리 부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 역시 비슷한 절차를 지나왔거든요. 처음엔 주변(특히 시부모님)에서 그래도 남자가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냐며, 아기도 없는데 맞벌이로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어놓는 게 좋지 않겠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잦았지만,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둔 후 저희는 너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선 아주 효율적이에요. 제가 남편보다 돈을 좀 더 버는데요. 남편이 억지로 회사에 다니며 스트레스 받으며 돈을 벌고, 집에 와서 스트레스 받은 걸 티내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보다, 저 혼자 일하고 남편이 그 시간에 내조와 집안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순수익과 행복에 훨씬 이득이었습니다.
저는 커리어 욕심은 넘치지만, 살림에는 정말 꽝입니다. 반면 남편은 회사 일은 괴로워했지만, 집안일과 청소,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또 잘합니다. 남편은 이제 출퇴근 스트레스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고, 저는 퇴근 후 완벽한 휴식을 얻습니다.
정말이지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 때마다 뭉클합니다. 중문을 열기 전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고, 훈훈한 기운이 흘러요. 원래 이맘때 퇴근하면 집 안에 한기가 돌았는데, 이제 남편이 종일 집에 있으니 훈훈한 온기와 깨끗하게 정리된 집, 싱그러운 식물들, 그리고 맛있는 저녁이 제 퇴근 시간에 맞춰 차려져요. 남편은 스트레스가 사라지니 저랑 싸울 일도 없어졌습니다. 일할 때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안 그러던 남편이 이제는 부모님께 연락도 자주 드리니 시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고요.
아직 회사를 그만 둔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겠지만, 제가 봐온 남편은 금세 흐트러지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집안일도, 식물 키우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너무 행복해해서(실제로 연애할 때 혼자 살던 남편의 집은 작지만 언제나 정돈돼 있었어요) 당분간은 무리없는 행복함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며, 워낙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고민중이기도 하고요.
아이가 없어서 가능한 삶이긴 하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서로의 행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삶을 살아보려고 해요. 혹시 저희처럼 이런 삶을 살고 계신 분들 계신가요? 궁금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