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생각
저는 아버지에 대한 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집은 이혼가정입니다. 아버지는 청소년기엔 따로 살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났습니다. 어릴 땐 화를 주체 못해 저희를 때린 적도 있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큽니다.
저희 형제를 실질적으로 키운 건 어머니였습니다. 가장 힘들고 돈이 많이 들어가던 시절, 아버지는 꾸준히 일을 하지 않으셨고 결국 짐은 전부 어머니께 지워졌습니다. 저희는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저랑 형은 나름 잘 컸습니다. 형은 원하던 공공기관에 취업했고, 저는 반도체 대기업에 들어가 각자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어머니 덕이지, 아버지 덕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소시민 기준에서의 성공을 의미합니다. 티비에 나오는 그런 성공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런데 가족 모임 때마다 아버지는 “해준 것도 없는데 자식들이 잘 컸다, 너희는 너희가 다 알아서 컸다“ 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저희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어머니의 희생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둘다 결혼 후, 어머니께서 가족 모임때마다 아버지를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지금의 아버지를 보면, 성실히 쌓아온 것도 없고 대단히 해내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은연중에 “자식 잘 키운 아버지” 대접을 받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너무 불편합니다.
솔직히 저는 별로 대접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솔직히 아버지를 한심한 사람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제 자신이 괴롭습니다. 추석 같은 명절에 아버지를 뵐 때마다, 혹시 화를 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찌해야 될까요.
은연 중에 와이프랑 식사 중에도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난 솔직히 아빤 신경도 안써 라고 말하기도 하고 점점 심해지는거 같습니다.
아빠를 미워하는 저는 어떡해야할까요
그렇다고 저에게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