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48세 재취업하고 4년 차로 향하는 연말
4년 전 흔히들 말하는 악조건을 딛고 긍정이라는 무기로 재취업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간 오라고 했던 곳들을 마다한 것은 제 성격 자체가 절대 아는 곳에서 알던 사람들과는 일을 하고싶지 않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탓도 있었을 겁니다.
회사 경력은 16년 정도 이며 분야가 다른 십여년의 경력은 굳이 이력서에 넣지 않고 재도약만을 생각하였습니다. 경력, 나쁘지 않은 학력, 기존 연봉 싹 다 뒤로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영업지원으로 입사하였던 데에는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업성과를 올릴 때마다 보상이 따랐고 연봉상승이 뒤이었기때문이겠지요.
가족을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다니다보니 영업직으로의 전환 제안이 왔고, 그 동안 저에 대한 평가, 과거 실적등에 기대가 높아졌던 탓에 인센티브, 성과급, 2년차에 연봉 상승 등을 약속 받고 신규 고객사 및 신규 아이템 발굴에도 힘을 썼습니다.
워낙 몸담고 있는 분야가 전반적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국내 영업팀 4명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신규고객을 뚫고 시장을 확대하며 매출을 올리는 사람은 저 혼자 입니다. 모두 다 저보다 1.5배부터 2배이상 연봉을 받는 직원들은 고객관리만 하고 있으며, 또 한명은 제가 원래 하기로 되어있던 보조 일을 하고 있지만 연봉이 저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규모 상관없이 어느 회사든 정치질은 마찬가지더군요.
1년 차 끝났을 때 연봉상승은 약속과 달리 형평성에 맞추어 모두 동률하게 소폭 상승.
2년 차 끝났을 때 개인 실적이 월등하여 1.5배까지도 약속을 해주셨으나 갑자기 다른 임원분과 이야기를 한 후 약속 접고 동률로 끝.
3년 차 끝났을 때 역시 저 혼자 영업매출의 반 이상을 하고 신규고객도 유일하게 몇 군데 더 뚫은 실적이었으나 4% 상승에서 만족하라고 함.
이번이 4년차, 전체 영업매출이 많이 줄어서 동결 소문이 있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맡고 있던 고객사들의 이탈이 원인이며 저 또한 이탈한 고객사가 있으나, 신규 고객사가 더 많으며 그 고객사들의 발주도 많은 편입니다. 이익률도 쎄고요.
임원들 연봉은 대기업 임원 수준이다보니 그냥 속상함은 저만 삼켜야 하는 것일지.
오랜 회사 생활을 하며 적당히라는 말을 알고 있고 일 하는 사람 따로 있다는 사람도 알고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나이에 재취업이 불가할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약속을 안지켜가며 회사에서 가장 적은 연봉으로 버티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지만 한달 살기에 말도 안되는 금액을 받으면서, 성격상 최선을 다하고 실적올리는 것에 열을 올리는 저의 자존감이 바닥이더군요. 회사 영업가장이라는 말을 앞에서는 하여도, 나이를 이용하여 막말하는 것이 참 듣기가 거북합니다.
첫 해에는 어디 갈까봐 잘해 주셨지만, 재작년부터 듣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모든 자료를 다 뽑아 나름 실적 어필을 해마다 하고 있지만 "너 이 회사 아니면 갈 곳 없잖아. 할 거 없잖아"
"넌 경력단절이었잖아. (저의 프리랜서 시절은 이력서에 없기에..)." "연봉 올라봤자 내는 것만 많아" "너가 마음대로 영업하게 해주는 환경이잖아. 어짜피 어디 가지 못하고 갈곳도 없는데 여기만큼 편한 회사 없으니 이런 좋은 환경 제공해주는 곳에서 일 열심히 해"
이런 막말들은 참으로 듣기 거북한데 그저 참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쳐도 저런 이유로 제 연봉이 신입직원도 오지 않는 급여수준이어서 점점 괴로워집니다.
정작 할 일은 태산인데 요 며칠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원래 일 자체를 좋아하고 야망도 있었고 목표도 있었지만 혼자 일하기에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이미 다른 직원분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멍 한 나날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모든 일을 저에게 다 맡기려 합니다. 이 것도 해봐라, 저 것도 알아보고 보고해라.
다시 마음을 잡아야 할 이유가, 회사 밖은 더 지옥이며, 가족만을 생각해야하고, 이런 조건으로라도 버티는게 답일 텐데 희망없는 나날에 막말 듣는 기분이 참 힘든 12월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