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각 (2)
작년 말에 제가 리멤버 커뮤니티에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 생각을 설명하였던 글에 많은 댓글이 달렸었습니다. 이번 글은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해외부동산 투자 건들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과거보다 개선된 방식으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을지를 제 나름대로 고민해보고 작성하였습니다.
1. 블라인드 펀드 및 SMA 위주
현재 많은 기관투자자분들께서 프로젝트로 진행하셨던 건들이 시장 환경 변화,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많은 이슈(밸류에이션 급락, 현금흐름 감소, 대출 리파이낸싱/만기 연장 이슈 등)를 겪고 계십니다. 이슈가 발생 할 수 있으나, 해결하는 과정에서 묻어뒀던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투자 관점에서 최선의 의사 결정이 내려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투자자분들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개별 프로젝트건들에 대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프로젝트딜 비중을 너무 키웠고,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특정 섹터(오피스 등)와 상품(메자닌 등)에 지나친 비중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블라인드 펀드나 SMA 에 전략과 비중을 미리 설정하고, 시장 상황에 맞추어 비중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포트폴리오 분산에 따른 리스크 헷지 효과를 누릴 수 있었을꺼라 생각합니다. 또한, 해당 펀드 및 SMA 관리 역량을 갖춘 운용사 (주로 해외 GP)가 투자 관점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대리하여 내릴 수 있었을꺼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건이 아니라 블라인드 펀드나 SMA에 미리 이슈 해결을 위한 드라이파우더를 남겨두는 방식의 투자였다면 기관투자자분들이 내부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훨씬 덜 헤쳐나가셔야 했을 겁니다.
2. 이해 관계 일치
해외부동산 투자가 피크를 칠 당시를 돌이켜보면, 주로 IB에서 물량을 전액 국내 셀다운하거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트랜치를 가리지 않고 구조화(대출과 에퀴티 동시, 여러 대출 트랜치 한 운용사 담당)를 하는 등 이해관계 일치에 대한 고민이 부재했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분위기에 묻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현지 관리 역량이 부족한 한국 투자자들과 한국 운용사들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투자였으며, 현지 GP 가 한 트랜치를 맡아 공동투자(3:7 4:6)를 하는 건들이였다면 지금과 같이 이슈 해결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역량 갖춘 현지 파트너 확보
미국과 유럽을 보면 부동산은 로컬 비즈니스라는 말에 맞게 지역별, 전략별 투자 및 운용 전문가들이 있으며, 이들은 도제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양성됩니다. 대출 전략 전문가는 커리어에 걸쳐 대출만 하고, 개발 전문가는 커리어에 걸쳐 개발만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과거 수년 동안 한국운용사들과 기관 들은 현지 조직이 잘 갖추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역량있는 현지 파트너 없이 미국이나 유럽 전체를 모든 전략에 걸쳐 커버하고, 현지에서는 단순히 보수를 적게 받는 관리회사만을 두는 방식으로 투자해왔습니다. 이슈가 생기면 해결이 불가능한 현지 파트너만 믿고 가는 식이였습니다. 현지 파트너가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고, 투자한 자산이 회복한다는 확신만 있다면 유동성 공급까지도 가능하여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데, 수익률을 맞추느라 이슈 해결에 대해서는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훌륭한 전략적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4. 기관투자자 내 담당자 권한 강화
한국 기관투자자 분들 중에서 장기간 부동산 투자 업무를 해오신 분들께서는 국내/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추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해도를 갖추지 못하신 분들이 투자와 운용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실제 투자 건이 좋은 지와는 별개로 내부 가이드라인, 분위기, 낙하산 인사에 의해 투자와 운용에 있어 주요 의사결정이 자주 내려집니다. 또한, 순환 보직이 존재하고 턴오버가 심한 기관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해외부동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담당자 분들의 노하우와 인사이트가 내부에서 전수되어 역량 향상으로 이어질지가 미지수인 이유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자의 권한이 강화되고 노하우 전수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투자 및 운용에 있어 내부 정치와 같은 다른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이유들보다 이 부분이 앞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나 변호사들은 돈을 많이 벌어도 되는데, 투자전문가 커리어를 장기간 쌓아오신 국민연금이나 KIC 담당자 분들 급여가 시장보다 크게 낮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여론이 항상 비판적인 것부터가 투자담당자의 전문성을 너무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조금 과감한 주장을 하자면 해외부동산 투자하는 국내 운용사들의 보수가 지나치게 하락해온 부분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내 운용사들의 보수가 하락하면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가 없고 결국은 운용의 질이 떨어지게 되며, 운용의 질이 떨어지니 보수가 더 하락하는 악순환입니다. 또한, 이는 업계에 좋은 포텐셜을 가진 인재들이 투자담당자로 성장하는 케이스를 감소시키게 되고 결국에는 투자담당자들 전반에 대한 대우 문제로까지 연결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5. 기타
한국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현재 매크로하게는 두가지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금융회사들처럼 현지 운용사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여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가는 방식(삼성)과 싱가폴/홍콩 금융회사들처럼 현지 법인을 직접 설립하여 조직을 자생적으로 키우는 방식(주로 독립계-이지스, 마스턴, 베스타스 등)입니다. 두 가지 모델을 생각해보면, 장기적인 방향은 결국 부동산 투자에 있어 현지 인력 활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만이 답이 될 수 있으며, 현지 인력들의 높은 급여 수준을 생각할 때 국내 운용사들의 보수율도 높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