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업 회사 퇴사했습니다.
갓 40대 접어든 아재입니다.
약 3년 전 두살 많은 형과 공동창업, 대표는 형이 맡고 저는 사업총괄 이사직을 맡았습니다. 지분은 7:3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키우고 성장하는데 너무 힘들었지만 재밌었어요. 큰 돈은 아니지만 x차례 투자도 받고, 직원 수도 10명을 넘기며, 실적도 턴어라운드 해서 기대가 많았었죠.
동업이라는게 아름다울수만은 없지만 티격태격하면서도 어찌어찌 사업은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점점 이상해졌습니다.
대표는 법인차(럭셔리 외제차..)저는 자차, 대표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연락없이 결근 저는 연차 결재상신, 대표는 법인카드를 혼자 쓰고 저는 공용법인카드에 영수증 첨부해서 처리했습니다.
법카 사용내역은 제게 공개하지 않는데(내가 알아서 할게 문제없게), 제가 40만원정도 사용한 달에 한도초과가 뜨는겁니다. 너무 이상해서 저희 기장 담당 회계법인에 그 달의 사용내역을 요청했습니다. 대표의 해외 가족여행 항공권과 현지 체류비가 법인카드로 결제되어 있더군요. 호텔 숙박과 의류 구매 내역도 확인했습니다.
너무하다 싶어 들고 찾아갔더니, 너 지금 나 감시하냐고 화를내더군요. 믿었는데 뒤에서 이런짓이나 하고 이제 어떻게 믿고 일하냐고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겠다면서요. (도둑놈이 누군데...) 이렇게 시작된 불편한 동행이 6개월여, 대표와 계속된 마찰에 우울증, 공황장애, 위염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갔습니다.
잘못한 건 대표인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피폐해져야하지? 이건 진짜 아니다 싶어 고민끝에, 기관 투자자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주주측은 대표이사 해임 후 제게 대표이사직 수행을 권했으나 저는 대표직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고(최대주주가 대표인데 누구 좋으라고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까) 퇴직 의사를 밝혔으며, 결국 대표가 그대로 직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투자계약 이해관계인에 저도 등록되어있어 정리하는게 쉽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퇴직을 동의 받았습니다.
그리고 퇴직 2주차인 저는 속병이 싹 나았습니다.
주주사에서는 사외이사를 복수 파견하고 매월 법인카드 및 비용내역을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대표는 법인차량을 반납하고, 법카 사적 사용내역 약 8천만원에 대해 전액 변제키로 되었다 합니다.
이외에도 대표의 배임, 증거가 있는 폭언 및 폭력행위 등을 들어 끝까지 가야할까 생각 했지만 그 공력을 제 앞길에 쓰는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라고 100% 잘했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상식 선에서 동행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좀 더 쉬면서 찬찬히 돌아보려고 합니다.
어디 할수도 없는 말인데, 대나무숲 삼아 소리 지르고 갑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하 수정]
대표와 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여러 잘못이 있었고 이번 계기로 깊이 돌아보게되었습니다.
상황을 복기하고 글을 쓰면서, 남아있던 아쉬움과 분한 감정들이 옅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 들여 읽어주심만도 감사한데, 분에 넘치는 격려말씀과 관심에 깊은 감사 드립니다. 일면식 없는 분들의 댓글로 너무나 큰 힘을 얻었습니다.
전해주신 기운으로 다시 앞을 향해 잘 나아가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늘 기본과 선을 지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제게 숙고와 깨달음의 기회를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