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직 1년차 현타가 너무 많이 오네요
대기업 다니다가,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옮긴 곳은 대기업 계열에서도 실적이며 영업이익률이며 매우 잘나가는 회사입니다.
일은 좀 힘들었지만 잘나가는 회사의 일원인게 기분 좋기도 하고, 제반 복지도 괜찮은 편이고 해서 버티긴 했는데, 1년 즈음을 맞이한 요즘 여러모로 현타가 너무 많이 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늘 그렇듯 조직장과의 관계입니다. 제 업무에 전혀 다른 업무를 몇개 갑자기 얹더니, 은근슬쩍 기존 업무는 아예 손에서 놓고 새로 추가해준 업무나 잘하라는? 식으로 저를 대하는 것 같은데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일을 배우고 새로운 일을 하는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건 아닌데, 문제는 은근슬쩍 추가된 업무들에 대해서 누구하나 제대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실무자 동료들은 제 업무가 도대체 스콥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저에게 오히려 되묻는 상황이고, 제 딴에는 이것저것 스스로 최대한 알아보고 히스토리 파악하고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기 회사 특징이 자료 버전이 너무 많고 자료마다 수치도 다 다르고, 쓰여진 워딩도 너무 어렵고 제가 익숙한 분야가 아니니 독학으론 한계가 많이 느껴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동료분들께 뭘 물어봐도 피상적인 부분만 대략 간단히 설명듣고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맨땅에 헤딩 느낌으로 한지 벌써 한달 반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있으니 마음이 지치고 조급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 와중에 조직장은 그냥 손놓고 보기만 하면서 저 없는 자리에서 뒷얘기 식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제가 업무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래저래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 같고, 저에게는 슬슬 그동안 뭐했냐, 뭉개지 말고 똑바로 일해라 이런식으로 압박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제 딴에는 기존 업무도 완전히 손에 놓을 순 없으니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해서라도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조금이라도 관리하면서 업무적으로 같이 가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런걸 오며 가며 어깨 너머로 살펴보면서, 노력한다 애쓴다 이런 시선이 아니라 필요없는 짓 왜 하냐 시킨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게 여러모로 현타가 많이 옵니다. 기존 업무 완전히 손에 놓으라는 압박으로 다가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커리어가 순식간에 박살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막상 제 본 업무에 이슈가 발생하거나 하면 결국 제가 해결해야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그냥 뭐랄까... 부서에 사람이 없으니 각종 업무 다 인발브 시켜놓고 나중에 책임질 만만한 샌드백 하나로 저를 두려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조직장이 평소에도 업무 실수가 있거나 하면 굉장히 직원을 나무라고 모독하는 스타일이고, 경력직에 대한 차별도 심합니다. 옆에 어떤 동료가 업무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거의 벼랑 끝으로 사람을 몰아가더라구요. 저도 뭐 실수하거나 하면 짜증은 기본이고, 무시하거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창피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실수가 있을까봐 매번 전전긍긍하게 되고, 실수를 찾아내면 해결해야지 하는 의욕보다 혼날까봐 스트레스 받고 의욕 떨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식으로 마인드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제 이전에도 같은 포지션에 있던 사람들이 여럿 퇴사 또는 다른 부서로 이동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업무(제 원래 커리어 업무) 담당자가 갈굼의 대상이었다고 하더라구요. 한동안은 그래도 조직장에게 업무적으로 배울 것들 이런데 포커스를 맞추고, 잘 맞춰가고 개선하고 등 해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는데 요새는 마음이 많이 떠 있습니다. 거기다 최근 고과 발표도 났는데 그냥 평고과더라구요. 직장생활 10년 중 이렇게 열심히 했던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노력했는데도 이러니 더더욱 현타를 부채질 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와중에 다른 작은 회사에서 연봉을 맞춰준다고 하니 마음이 잘 진정이 안됩니다. 다들 대기업에서 중소로 이직하면 90프로 이상 후회한다고 조언을 주셔서 가까스로 마음을 다독이고는 있는데, 요샌 그것 마저도 저 스스로에대한 가스라이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여러모로 안좋습니다.
다 그냥 겪는 위기 같은 걸까요. 지나가는 시기일 뿐일까요.
처음 겪어보는 정신적 괴로움에 생각만 많아지는 나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