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vs버티기] 4년차인데 포폴에 쓸 게 없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실 건지 의견을 듣고자 글을 씁니다. 만약 이 과정을 이미 겪은 분들이라면 조언을 듣고 싶어요.
저는 3년 동안 영상편집을 하다가 PD로 입사 제안이 와서 지금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4년차, 31살이고요. 근데 3년 동안 거의 촬영, 영상 편집만 주로 했습니다. 그 외로는 앱/웹을 위한 모션그래픽, 유튜브 운영, 데이터 분석, 2D 디자인, 마케팅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요.
영상 기획을 직접 못 한 이유는 기획을 하는 담당자가 있었어요. 촬영도 촬영실이 좁고 한정적이라 동일 앵글에서만 주로 찍었기 때문에 화려한 테크닉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제 조금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는데 아예 기획을 거의 안 해 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큰 프로젝트들을 맡아 너무 막막하고 압박감이 심합니다. 이미 하나 망쳤어요.
저만큼 회사를 이해하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높여 보려 해도, 제 직접적인 성과가 없는 것 같아 괴롭고 자괴감과 자책감이 듭니다. 회사에서 난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존재인가 하는 고민이 들면 가슴에 못이 박힙니다. 그동안 성과를 못 낸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못났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직을 해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려는데, 매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성과는 숏폼 광고밖에 없고, 유튜브에서 조회수 성과로 쓸 만한 건 제가 기획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없고요.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든 게 제일 눈에 띄는 결과네요. 그래서 4년차 PD 직함을 달고 내밀 포폴이 없습니다. 즉 연봉을 올려서 이직하는 것도 자신이 없고,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회사에 계속 있는 게 답인가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인정 욕구가 굉장히 강하고 일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현재 회사에서 너무 자신감이 떨어지고 효능감이 없어서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고 의욕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동료와의 관계도 좋고,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고, 성장하고 싶다는 의욕으로 월요일만 기다리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맡은 업무들 생각하면 심장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고안한 해결책은, 아예 PD 경력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신입 PD를 구하는 곳으로 이직을 해 작은 일부터 성과를 쌓는 건 어떨까(성과만 쌓을 수 있다면 연봉 낮추는 거 다 상관없습니다.)라는 방법1, 아니면 이 회사에 더 계속 남아서 성과가 날 때까지 어떻게든 의욕을 끌어올려서… 제 자신을 채찍질해 봐야 하나라는 방법2도 생각이 들어요. 일하다 보니 AI 프롬프팅과 파이썬에 적성도 맞고 실력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 그쪽으로 공부해 다시 직장을 구해 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제 일이 무의미하고 가치가 없게 느껴지는 기 견디기 힘듭니다.
만약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는 어떤 걸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