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종말', 새로운 조직 문화가 온다! (1)관계의 진실
아래는 최근 팀장 대상 강의와 코칭에서 실제로 받았던 질문들이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팀원들과 식사하는 게 좋을까요?"
"친하게 지내려고 나름 노력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새로 팀장으로 이직했는데, 팀원들과 서먹서먹합니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직원들과 친해질 필요가 없다. (사실, 친해지기도 어렵다. 집에 있는 성인 자식, 조카, 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가 생각해보라) 정확히는 관계보다는 일을 앞세워야 한다. 즉, 관계를 형성한 후에 일했던 과거의 방식은 안 먹힌다는 것. 따라서 리더는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 의식을 내려놓고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나는 어떻게 일을 리딩하고 있는가
관리자들의 아우성이 넘친다. 특히나 너무나 다른 요즘 직원과의 일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들의 많은 질문이 단 하나의 역(逆)질문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나는 일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있는가?'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일하기 전 우선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요즘 '팀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조직이 늘고 있다. 예전엔 서로 친한 관계에서 인정해주는 범위가 넓었지만, 젊은 직원들은 쭉날쭉한 원칙 적용을 불공정하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로 수용할만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둘째, 원칙이 있다면 이를 '헌법'으로 여겨야 한다. 팀장 자신이 지키지 못할(하기 싫은) 항목은 아예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직원뿐만 아니라 리더 자신도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고수한다. 물론 그렇지 못할 상황에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셋째, 원칙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 인사평가, 피드백, 1on1 면담 등에서 늘 원칙을 상기하며 그에 따른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직원은 원칙이 아니라 리더의 입을 보고 있다. 그 입이 원칙의 대변자가 되도록 하라.
주인의식보다 프로정신으로
관계가 핵심이었던 과거에는 '주인'처럼 일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직원은 주인이 될 수 없다. 주인 대접을 해주지 않는데 주인 같이 행동하라는 건 '알아서 빠릿빠릿하게' 일하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럼 이제 리더는 어떻게 직원을 리딩해야 할까?
나는 단 한 번도 회사를 위해 일하라고 해본 적이 없다. 나 역시 회사를 위해서만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는 상사의 말은 동기를 끌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은 개인을 위해 일해야 한다. 직원들이 그렇게 일하는 것이 결국엔 회사에 득이 되게 하는 것이 조직이 할 일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인 바로 '프로정신'이다.
과거의 주인의식은 조직이 강요하고 강제하는 관점이라면, 프로정신은 보다 자발적이고 참여적이다. 리더가 직원을 리딩할 때도 후자가 보다 효과적이다. 회사를 벗어나 개개인의 관점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요즘 직원은 회사보다 '내'가 우선이다. 자세한 사항은 첨부 사진 참조)
예를 들어, 룰을 어기는 직원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야 할까? 회사의 규율을 준수하라고 하는 게 효과적일까? 다른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고 해야 할까? 본인이 '프로'라는 의미를 상기시키고, 그런 내적 기준에 비춰볼 때 자 행동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 더 실감 나는 피드백이 아닐까 싶다.
관계의 종말을 언급했지만, 관계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그 순서가 이제는 '일' 다음이 돼간다는 말이다. 관계 중심의 사고를 이제는 일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꼰대 문화나 사내 정치 등의 구태가 점차 줄게 되고,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 일하기 위해 모였다. 친구를 만들 모인 것이 아니다. 이것이 다시 시작하는 조직 문화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사진 출처: p53 <팀장으로 산다는 건> (2021. 4. 플랜비디자인)
김진영
24년 직장 생활, 14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 (6쇄)을, 2021년 4월에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2쇄)를 2022년 7월에 출간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KT CS, CJ대한통운, 에듀윌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으며,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다. 현재 '리더십 스쿨'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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