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겐, ‘나은’과 ‘다른’ 같은 차별적 가치보다,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보편적 가치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볼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디자인은, 사용자에게도 차별적인 인식을 심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디자인보다, 보자기 같은 디자이너가 되길 원합니다. 보자기는 물건이 동그랗든 네모나든 부드럽게 담을 수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수많은 실패를 받아들일 태도가 중요합니다.>
성정기 디자이너 인터뷰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보자기 처럼 모든걸 부드럽게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아 수많은 시간을 노력하는 끈기도 중요하지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저 태도와 의지도 너무 중요하구나 느낍니다.
많은 생각과 영감을 준 인터뷰를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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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인내. 두 단어로 제 21년 디자이너 생활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늘 가난에 허덕였고, 그래서 불안한 삶을 살았어요.
자연히 ‘보편적인 디자인’에 관심 갖게 됐습니다. 인생이 그렇듯, 디자인 역시 평범함에 이르는 과정이 가장 어렵단 걸 깨달았거든요.
저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답하는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습니다. 내 디자인이 세상에 필요한가, 쓰임에 있어 배려가 깃든 디자인인가, 누군갈 차별하지 않는 디자인인가.
제 스스로 선택한 겁니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올바른 디자인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디자인 가이드Design Guide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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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들이 자라온 환경은, 저와 달랐습니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친구들이었어요. 그러니 디자인 관심사가 다를 수밖에요. 동기들은 요트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어했어요. 덕분에 노선을 빨리 정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만 디자인하겠다’고요. 특히 보조기기에 주목했어요. 지팡이나 안경 같은 것들이요.
결실은 2001년에 얻었습니다. LG전자 국제디자인공모전에서 금상을 거머쥐었죠
(...)
예술의전당에서 시상식이 있던 날, 아이디오의 창립자 빌 모그리지Bill Moggridge가 제 디자인 보드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디자인부터 기획 의도까지 집요하게 살펴보더니, 옆에 서 있던 제게 말을 걸었어요.
“이 디자인 전부를 당신이 혼자 스스로 한 것이 맞나요?” 고개를 끄덕이자, 빌이 명함을 건네며 말하더군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전 빌이 누군지도, 아이디오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고마웠어요. MP3나 냉장고 같은 첨단 제품 디자인이 주목받던 시절, 빌은 제 디자인의 가능성을 봐 준, 그날의 유일한 디자이너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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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실무 경력도, 인지도도 없었습니다. 나이는 서른 셋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 매달렸습니다. 오직 아이디오와 빌 모그리지를 감동시키겠단 생각으로, 결과물보단 ‘디자인을 고민하는 프로세스’를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 붙였어요.
2004년 10월, 아이디오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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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료로 읽을 수 있는 링크를 첨부합니다>
성정기 : 언어와 국경의 벽을 넘어, 차별없는 디자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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