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모 둘이서 육아를 전적으로 감당하며, 닥치게 되는 많은 대소사를 겪으며 드는 생각입니다.
'혹시 내가 너무 당연하다는듯이 분수를 모르고 욕심을 낸 것인가...
현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육아는 슈퍼카를 구입하고 운용하는 것에 필적하는 것인데, 아니 실제로는 슈퍼카는 돈과 주차공간이 확보되고, 고장이 나도 대중교통이란 차선책이 있지만, 육아는 변수가 많고, 차선책이 없는 더 어려운 것인데, 현실을 몰랐구나...'
육아와 관련된 저희 집의 TMI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희는 육아를 양가 도움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저는 교수로 와이프는 반일제 근무 형태의 직장을 다니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육아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와이프가 아침 등원을 챙기고, 아이가 연장 보육을 받으며 어린이집에 있으면 5시 전후로 제가 하원을 합니다.
이전에 영아기에는 입주이모님,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는 오전/오후 도우미 이모님으로도 운영을 했었지만, 아이가 크면서 엄마아빠만 찾고 이모님들이 그만두시면서, 불확실성과 갑작스러운 당일 돌발상황에 지쳐서, 그리고 구인을 해도 구해지지 않는 평일 오후 시간제 이모님으로 인해, 저희 둘의 육아 자구책으로 현재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노력을 해도, 아이가 기침을 하며 아프다던지,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한다든지와 같은 상태가 되면... 짧게는 며칠, 보통 일주일, 길면 2주일의 가정 보육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때가되면, 와이프와 저의 생활 스케쥴은 엉망이 됩니다... 속해있는 조직에서는 민폐가 됩니다.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게마련입니다.
이를 두 가지로 요약하면
첫번째는 동물의 세계에서, 연어와 문어처럼 이전세대는 후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데, 그에 비하면 인간은 양호하다는 생각으로 둘중 한 명은 전업을 해야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두번째는 가족의 구성원은 각자의 역할로 필연이 되었지만, 그래도 각자의 인생이 모두 소중하므로, 어떻게든 최대한 양보하는 선에서 커리어와 인생을 이를 악물고 지켜야한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저희는 직업도 바꾸고, 임금도 낮추며, 최대한 두번째 방법을 고수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 명은 전업을 결정하던지 또는 둘이 함께 자영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TMI 글을 통해 아직 미혼이거나 결혼을 하셨는데 출산을 안하신 커플이시면, 꼭 점검하십시오.
육아의 위급 상황에서 며칠 또는 일주일을 도와주실 분이 주변에 있으신지, 그리고 전업을 하게 된다면 누가 할것인지, 그리고 전업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은 어떻게 make-up 할 것인지.
저는 요즘 늘 조마조마합니다.
언제 아이의 건강 상태가 변할지...
여러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정책을 결정하시는 관에 계시거나, 기업의 HR에 계시다면, 실제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정해진 기간 동안의 육아휴직 제도가 아닌, 법적으로 또는 회사 내규로 육아 기간인 몇년동안에는 정규 휴가일수를 1.5배 또는 2배로 늘려서, 육아시 발생하는 갑작스럽고 불가피한 상황을 부모가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주실 순 없는지 제안합니다.
P.S: 엄마들은 맘카페라는 강력한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교환하지만, 현실 아빠는 말 할 곳이 없어서, 현명한 회사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이 육아 기간의 고비를 넘기는 것이기에,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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