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 조직'에 대한 관심과 선망은 여전하다. (함의와 범위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르지만)
최근 수평 조직에 대한 관심이 있고, 실행 의지가 있다는 모 기업 임원과 통화를 했다. 엄청나게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앞서 조언을 구하려는 것 같았는데, 진도가 더 나가기 전에 이렇게 물었다.
"OO님, 수평조직 하시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네, OO님, 말씀해주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임원분들 방을 없애야 합니다."
"...." (10여 초 동안의 침묵)
"수평화를 위해서는 위에 솟아 있는 부분부터 깎아 내는 게 선행 조건입니다. 가능하시겠어요?"
그 회사 프로젝트에서 나는 멀어졌다. 앞으로 뭘 할지 관심도 없다. 그는 수평조직의 겉모습을 원했던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직원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권한은 더 갖고 싶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제안해보라고 하면 민원만 들끓는 곳이 대부분이다.
PS. 프로젝트 일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그 조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생긴다고 일감을 넙죽 받아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변할 수 없는 조직에 가서 혁신 프로젝트를 할 때 그렇다. 당연히 효과는 미비할 것이고, 경영진은 잔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경험칙이다.
사진 출처: @Freepix
김진영
24년 직장 생활, 14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 (6쇄)을, 2021년 4월에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2쇄)를 2022년 7월에 출간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KT CS, CJ대한통운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으며,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다. 현재 '리더십 스쿨'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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