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는 '핸디캡의 원리'라고 하는것이 있다.
이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슴의 뿔이나 공작새의 꼬리와 같이 과도할 정도로 거추장스럽고, 심지어는 적들로부터 공격을 당할때 쉽게 눈에 띄고 잡힐수 있는, 장애물이 될 정도로 진화가 한방향으로만 과도하게 진행된 상황을 이야기 한다.
대개는 이러한 이유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크고 화려한 깃털이나 뿔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며, '나는 이런 거추장스러운 뿔이나 깃털을 가지고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능력있고 튼튼하다'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한다.
이러한 사례는 '아일랜드 엘크'로도 알려진 "메갈로케로스"나 "공작새" 등이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으며, 메갈로케로스는 거의 코끼리에 버금가는 큰 몸뚱이와 엄청남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무거운 뿔 때문에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거의 1만년 전에 멸종하였고, 공작새는 그 개체수가 급감해서, 인간의 특별한 보호가 없다면 멀지않은 장래에 멸종을 맞을수도 있는 위기종이 되어 버렸다.
그럼, 사람은 이러한 '핸디캡의 원리"에 자유로울까?
우리는 어스럼한 저녁,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나 강남 등에서 한 대에 수억 혹은 수십억이 넘는 "슈퍼카"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상당수는 할부 혹은 랜트로 구입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슈퍼카를 충분히 운영할 정도의 경제적인 능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과시욕을 부렸다면 진화의 역사를 피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기업은 어떨까?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한 '내부 논리'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적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피해서 도망갈 수 있는 '외부 논리'를 무시하는 기업은 없을까?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는 리더보다, 상사에 듣기좋은 말만하고, 하기 쉬운 일만 하는 내부지향형 리더만 중용되는 조직이라면...
실력보다 학력이나 지연이 중시되고, 화려한 언변과 그럴듯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술만 있는 사람들이 진급하는 조직이라면...
사회적 관계에서 '평가'는 구성원들의 행동을 지배하게 되고, 특정한 평가기준이 만들어져 있다면, 구성원들은 그 기준에 따라서 행동을 하게 된다.
수 십억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진화의 법칙은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크고, 오래된 조직일수록 크고 멋진 뿔이나 화려한 깃털이 자라나고, 번쩍이는 슈퍼카에 정신을 빼앗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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