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토리지 업체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저는 거의 스타팅 멤버로 들어가서 인원이 태부족이었습니다. 이때 그냥 도망쳤어야 했는데......
무튼 제일 처음 맡은 일은 AS와 CS, 기술지원 담당이었습니다. 유통을 맡고 있는 협력업체 파견 직원 형태로 일을 했지요.
문제는 그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이 저 하나였습니다. 협력업체에서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성에 차겠습니까. 그래도 이때까진 그럭저럭 할만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기가 빨리기 시작한 건 서비스센터를 차리면서입니다. 센터를 세울 거면 인력을 뽑아야 할텐데.. 이때도 담당 직원은 저 하나였습니다. 이때는 애사심에 불타오를 때라 빨리 사람을 붙여주겠다는 말만 믿고 혼자 해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죠.
이때부터 한 반년 정도가 완전히 지옥이었습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판매량이 대폭발 수준으로 늘어났거든요. 밀려드는 일감이야 그렇다 쳐도 진상.. 아니 싸이코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싸이코들 응대하느라 우울증이 찾아왔고 이때부터 인감혐오 정서가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본사에선 무슨 일이 있는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사람은 안 뽑히고. 한참 뒤에 사람 뽑히면서 숨통 트일 줄 알았으나 본사에서 지침이나 매뉴얼을 보내준 게 아니라... 결국 다 제가 데이터로 남겨두는 사후처리까지 끝냈습니다.
3~4인분 업무를 처리한 셈인데도 월급은 200도 못 받았습니다. 이정도 공로를 세웠으면 당연히 월급 인상이 있겠지 했는데 말로만 올려주겠다 하더니 결국 입 싹 닫길래 퇴사했습니다. 허허허........
남는 거라곤 우울증과 인간혐오... 이 일을 계기로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피해보는 게 너무 싫었고, 그래서 한 곳에 오래 못 다녔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일인데도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노예 취급을 받았을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