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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격-2편

2022.07.24 | 조회수 2,229
윤경화
신한카드(주)
직장생활이 햇수를 십수 년 거듭한 만큼 여러 유형의 상사를 만났고 그중 여럿이 훌륭한 인생 선배이기도 했다. 그분들 중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잊히지 않고 추억하게 되는 임원 한분이 계시는데 여러 방면에서 존경할만한 성품을 가진 덕장이셨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분이 직원과 대화하는 방식을 되새겨보려고 한다. 당시 나는 초년차 과장이었고 그분은 상무였다. 당시 내가 맡고 있던 업무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대다수가 그 영역을 소수만 아는 전문분야라고 여겨서 팀장이나 임원은 그저 대충 듣고 실무자에게 믿고 맡기는 류의 일이었다. 사실상 배경지식 없이는 듣고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해서 임원께 보고할 기회가 많지도 않았고 반응도 늘 뜻뜨미지근했기 때문에 굳이 보고 건수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당시 상무님은 다른 임원들과는 사뭇 다르셨다. 내가 보고서를 들고 가면 새 모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늘 궁금해하셨다.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일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게 되고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용도 모르고 전수되던 루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내가 일한 과정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다른 사람을 충분히 납득시킬만한 의사결정에 기반한 것인지 점검하게 되었다. 그런 식의 문답 과정은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을 넘길 때도 있었는데 수차례 이런 류의 보고가 거듭되자 상호 간의 이해가 늘었고 가끔은 상무님이 내게 다른 관점을 제안해주시거나 외부에서 얻은 고급 정보를 알려주시기도 하는 생산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임원께 보고하는 일이 여느 때처럼 괴로운 일이 아니라 재미있고 의미 있다고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런데 이런 보고가 지속되다 보니 어느 날은 이 분이 내 업무가 재밌어서 이러시는 건지 직원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동안 상무님이 보고받는 스타일을 살펴보니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업무 담당자의 보고도 늘 경청하시며 문답하는 것을 즐기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상무님께 긴 시간 보고를 마치며 말미에 슬쩍 여쭤보았다. "상무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상무님은 제가 모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정말로 궁금하세요? 생각해보니 상무님 정도 되는 분이 이렇게 긴 시간을 투자해서 들어주실 만큼 제 일이 중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가끔 상무님은 보고 거리가 아닌 업무 보고도 굳이 받으시는 것 같던데요. 왜 그러실까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예요."라고 솔직하게 여쭤보았다. 지나고 보니 참 당돌한 질문이었는데 상무님은 솔직한 질문이었던 만큼 진솔한 답을 해주셨다. "허허허, 들켰나? 나도 가끔은 보고받는 게 피곤하기도 하고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알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내가 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일을 몇년동안 묵묵히 해내야 할 텐데 가끔은 지치고 의미 없다고 생각 들지 않겠어요? 나도 결과만 챙기는 게 편할 수는 있죠. 하지만 과정이 탄탄하지 않으면 결과가 진실인지 허수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대기업일수록 누군가는 과정을 잘 챙겨야 합니다. 과정에 진심을 다하는 직원이 많은 게 진짜 회사의 실력이고 우리 회사를 잘 굴러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듣고 질문하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 나도 몰랐던걸 많이 배우지." 같은 일을 하면서 어떤 상사는 "어련히 잘했겠어?! 수고했어"라며 늘 보고서를 프리패스해주시는 분도 계셨고 어떤 상사는 "그래서 결론이 뭐야, 뭐가 얼마나 좋아졌다는 거야. 효과만 얘기해줘"라며 결과에만 집착하는 분도 계셨고 어떤 상사는 평소에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윤 과장, 여기 이거 식에 로그가 왜 들어가는 거야?"라며 뜬금없는 공식 타령을 하는 분도 계셨다. 늘 프리패스해주는 분들은 편하기는 했지만 가끔은 무력감을 느끼게 했고 결과만 운운하는 분들은 '결국 당신도 나도 도구에 불과한 사람이구나'를 재확인시키며 업무 의욕을 꺾었다. 공식 운운하는 상사는 맥락 없는 질문으로 사람 진빼는 피곤한 사람일 뿐이었다. 리더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직원과 소통하는 일은 다른 리딩 방식에 비해서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결과만을 두고 얘기를 하면 대화는 사치일 뿐 몇 분짜리 보고로도 끝이 날 수 있다. 하지만 과정을 두고 대화를 시작하면 질문과 답변이 꼬리를 물게 되어 상당한 시간의 사고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은 처음엔 상호 간에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실무자에게 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감으로써 프로가 되게 하는 방법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 속에서 신뢰가 쌓이고 리더가 잘 되었으면 하는 응원하는 마음이 커진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후배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셨던 상무님께 그분의 발자취가 아직도 많은 후배들이 따르고자 하는 아름다운 길로 건재하고 있음을 이 글을 통해서나마 전달되길 바란다. "상무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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