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 너와 버스 탔던 기억만 남았나봐. 멀리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탔던 버스의 기억. 졸리면 넌 내게 기대 잠들었고, 나도 너에게 의지하며 목적지를 기다렸던 기억. 그 땐 그냥 그게 행복했고, 그게 전부였고, 좋았고.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그 생각이 났어. 항상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서울 온동네를 다녔던 기억. 차 같은건 없었으니까 당연하게 버스를 탔고 지하철을 탔고. 버스가 가지 못 하는 곳은 우리가 가지 못 하는 곳이었지.
이제는 차가 생겼어. 너와 함께, 너와 함께하며 생긴 아이들과 함께 탈 수 있는 차.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아무리 시골 길이라도 갈 수 있는데...
왠지 모르게 항상 그때가 생각나. 네가 내 어깨에 기대 잠들며 오래도록 탔던 버스. 덜컹거리고 오래 걸렀지만, 그땐 그게 전부였으니까.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좋았으니까.
가끔 그런날이 있나봐 옛날 생각 나는 날. 재밌고, 행복했고... 그런 날.
지나고 나니까. 그 때 우리가 나눴던 얘기보다 그 때 느꼈던 감정이 더 기억이 나. 이상하게 슬프고 아픈 기억은 채에 걸러지고 행복만이 남은체로.”
“이런걸 추억이라고 하나봐. 나도 몰랐는데 추억은 잊혀지지 않고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가 힘든 일에 지쳐있을 때 툭 등장해서 날 일으켜 세워주는거지.
그 추억 속에 네가 있어 좋아. 힘들 때 한번씩 등장하는 그 씬에 너가 있어서. 그래서 다시 힘내 일어나고 걷고 뛰고 부딪치고 할 수 있나봐.”
“하루를 무심히 보내다 추억이 생각나는 날이 있어. 좋은 기분이 드는 하루.
오늘이 그런 날이라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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