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맥주라고 하면 다른 주류에 비해 상미기한(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한)·양조기간이 짧고 맛과 향도 단순하다고 여기는데요.
하지만 여기 20년 넘게 맛이 유지되고 발효하는 데 길게는 5년이 걸리는 맥주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개성도 확실히 보여주는 람빅(Lambic)입니다.
람빅은 정말 몇번이라도 얘기해도 전혀 질리지 않을 정도로 깊은 역사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술인데요. 이번 기회에 한번 람빅에 대해서 얘기 해볼까 합니다.
보통의 맥주는 제조 과정에서 회사가 원하는 효모 외에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않게 극도의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맥주가 발효 중 잡균과 만나면 신맛과 곰팡이향 등이 예상치 못한 형태로 뒤섞여 맛과 향이 변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람빅은 일반적인 맥주와 정 반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인공 배양 효모를 쓰지 않고 맥즙(맥주 발효를 위해 보리를 끓여 만든 액체)을 공기 중에 노출시켜 온갖 세균이 마음껏 자라게 놔둬 순전히 맥주 양조를 자연에 맡기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넓고 공개된 큰 스팀기처럼 생긴 쿨십(Coolship)이라는 곳에 맥즙을 넣고 식혀 자연 상태로 발효하도록 하는데요. 이는 당연히 라거나 에일의 정제된 맛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겠죠.
처음 람빅 마셔보면 듣도 보도 못한 신맛과 상큼함, 균류 특유의 쿰쿰함과 텁텁함이 한데 모여 있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마치 네추럴 와인을 마시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람빅은 보통 맥주와는 다른 문법과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벼농사에 비유하자면 땅을 갈지도 않고 농약과 비료도 사용않고 벼농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람빅의 역사는 인류 맥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무방한데요. 양조 기술이 없던 선조들이 맨 처음 술을 빚던 원형의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를 지배하던 기원전부터 인간 사회에서 뻬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었고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농민화가인 피터 브뤼겔(1525~1569)이 그린 ‘농부의 결혼식’(1568)에도 축제를 위해 돌잔에 람빅을 나눠 담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람빅은 전통을 인정받아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람빅이라는 이름은 벨기에산 자연발효 맥주에만 붙일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만든 자연발효 맥주에는 ‘와일드 에일’(WildAle) 혹은 ‘람빅에서 영감을 얻은 맥주’로 명명됩니다.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으로 부를 수 있고, 코냐크(Cognac) 지방에서 만든 포도 브랜디(와인 증류주)만 ‘꼬냑’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 대부분 맥주는 더 안정적인 맛을 내려고 공기 유입 등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람빅은 지금도 자연발효 양조법을 지키고 있는 정말 보기 드문 술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지구 기후 변화에 맞춰 맛도 서서히 바뀌어왔죠.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만드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풍미가 다르고 ‘투박한 술’인 람빅은 한때 명백이 끊길 뻔 한 적도 있었지만 벨기에 람빅 양조장들이 호랄 (HORAL·HogeRaadvoorAmbachtelijkeLambiekbieren)이라는 조직을 세워 전통 문화 보전에 앞장서면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다른 맥주들과 마찬가지로 람빅 역시 시대 변화에 변화하고 있으며 람빅을 숙성하는 데 쓰는 배럴(참나무통)에서 배어나는 맛과 향을 강조하거나 청사과와 살구 등 과일을 첨가한 제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 크래프트 비어 발전에 힘입어 보케(Bokke)나 안티두트(Antidoot) 등 람빅 스타일의 자연발효 양조장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술인 람빅은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접하기 쉬운 술은 아닌데요. 보통 대형마트에서는 보기가 어렵고, 와인앤모어 지점이나 소규모 바틀샵을 이용하시면 비교적 람빅을 쉽게 접하실 수 있습니다.
람빅은 그 어느 정형화된 주료와는 거리가 먼 술이기에, 람빅을 드실 때는 람빅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장마가 시작된 여름, 이번 주말에 람빅 한 잔 어떠신가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술 람빅을 아시나요?
2022.06.29 | 조회수 370
아모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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