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팀장, 어떻게 이럴 수 있냐..."
갑자기 나를 불러낸 입사 동기 오 팀장이 실망한 듯 얘길 시작합니다.
"지난달에 출장 갔을 때 말이야. 숙소를 레지던스로 잡았더니 취사도구가 있더라고. 내 딴엔 팀원들 생각해서 요리했어. 너도 알잖아. 나 요리 좀 한다는 거."
"그렇지. 워크숍 가서 네 요리 먹었었지."
"그래, 난 외국에서 한국 음식 못 먹으니까, 어렵게 식재료 구해서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오더라고."
"응? 무슨 말이야?"
"몰라, 아무도 안 왔어. 내가 단톡방에 저녁 먹으러 내 방으로 오라고 했는데, 대답 없더니만..."
한껏 풀이 죽은 오 팀장을 자리로 돌려보내고, 전에 함께 일했던 오 팀장 팀 박 과장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게요. 오 팀장님 오신지 얼마 안 됐잖아요. 같이 밥 먹고 할 사이는 아니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오 팀장이 특별히 신경 써서 자리를 마련했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김 팀장님, 오 팀장님 아시잖아요... 후우~ 죄송해서 급한 일이 있어요."
박 과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 팀장을 생각해봤습니다.
'오 팀장... 그 팀에 부임한 지 이제 두 달이지. 자기주장이 강한데, 어른스럽지 못한 면이 있는 친구야. 예전 팀원들도 평이 좋지 않았어. 그래도 이건...'
순간 박 과장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같이 밥 먹고 할 사이는 아니라고요.'
'박 과장은 단순히 밥을 얘기한 게 아니었구먼.'
많은 리더가 직원과 '친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강의 후에 '어떻게 하면 직원과 친분을 쌓으면서 일할 수 있는가?'를 묻는 리더가 적지 않습니다. 리더와 직원은 친해야할 사이가 아니라 일로 만난 사이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친해지려고 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지요.
팀원들이 오 팀장과 저녁 식사를 하지 않으려 했는 이유는 단순히 친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아직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친밀감은 신뢰감이 형성된 후에 부록처럼 달려오는 거로 생각하면 되는 거지요. 신뢰감이 부족한데, 친밀감을 높이려는 행동은 거부감과 불편함을 만들 뿐입니다.
내일 출근하면 오 팀장한테 말해줘야 겠습니다.
"오 팀장아~ 팀원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인식해야돼. 돌발 초대에 응할 만큼 상호 신뢰가 있는지 말이다. 신뢰가 먼저다. 친해지는 건 그 나중이야!"
김진영
23년 직장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2021년 4월에 출간했다(6쇄). 후속편 <팀장으로 산다는 건 2>를 2022년 6월에 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CJ대한통운, LX판토스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다.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으며, '리더십 스쿨'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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