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양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3-5]

06.22 04:31 | 조회수 362
팅커베르
은 따봉
3. 악마를 보았다. 3-5. 악마의 눈을 보았다. “좋은 아침!” “오늘도 빨리 나오셨네요. 국장님.” “긴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아, 그러시군요. 급한 일이 있으시면 오늘 결재는 생략할까요?” “아니, 그러지 마시고 급한 결재만 올리라고 하세요. 나머지는 내일 처리하고요.”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도 커피믹스로 드릴까요?” “아뇨, 오늘은 차가운 콜라가 필요해요.” 김 국장은 아침부터 열이 올라온다. 그래서 커피보다는 열을 가라앉힐 콜라가 필요하다. 콜라를 더 달라고 하여 두 잔을 들이켜자 속이 좀 시원한 것 같다. 출근하면서 의장실에 있는 비서실장과 눈이 마주쳤는데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오늘은 의장이 출근하는 날이니 기필코 만나야 한다. 그래야만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이 풀어질 거라고 김 국장은 생각한다. 몇 시에 의장을 만나면 될까? 김 국장은 집행부 기획실에 근무할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기획실 직원 사이에는 나름대로 보고에 대한 규칙이 있었다. 보통 출근 직후에는 누구나 그날 일정을 점검하느라 바쁘다. 11시 이후에는 슬슬 배고파지는 시간이니 이 또한 피해야 한다. 오후도 마찬가지다. 될 수 있으면 점심 식사 후 포만감을 느끼는 1시 반에서 4시 사이에 보고하는 게 가장 좋다. 김 국장 또한 기획실 근무 때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오전 10시에서 11시, 오후에는 1시 반에서 4시 사이에 보고하곤 했다. 확실히 이런 규칙만 지켜도 기관장 결재를 얻어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사람도 동물인지라 호르몬 수치가 좋을 때 보고 하는 게 최선이다. 김 국장은 의장 일정을 살펴본다. 오전에는 정치인이나 민원인 방문으로 일정이 꽉 차 있다. 이틀간 비웠으니 당연한 일이다. 할 수 없이 김 국장은 의장 수행비서에게 점심 후 1시 반쯤 시간을 내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다행히 그 시간은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점심은 일부러 콩나물국밥으로 한다. 오늘은 식사를 빨리 끝내고 싶다. 그래야만 사무실에서 의장에게 할 말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국장은 의장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의장은 평소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조리 있고 짧게 의사 표현을 해야만 한다. 12시 반쯤 식사를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남은 1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드디어 1시 40분쯤 의장실 호출이 떨어진다. 의장실 직원도 눈치를 챘는지 다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의장 결재를 받으러 대기하는 직원도 여러 명 있었으나, 의장과 독대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고 김 국장은 지시한다. 의장 비서실이 이렇게 삭막하고 어색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모두 책상 바닥에 눈을 깔고 열심히 일하는 척한다. 하지만 김 국장은 이들을 잘 안다. 아마 의장 방 안으로 모든 레이더를 맞춰놓았으리라. 수행비서가 김 국장에게 의장 방으로 들어가도 좋다고 말해준다. 의장 방문은 항상 열려있다. 열려있는 의장실을 보여주기 위한 의장의 의지 표현이다. 김 국장이 들어간 날도 의장 방문은 활짝 열려있다. “의장님,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죄송합니다. 제가~” 김 국장은 우선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말을 이어가려 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다 필요 없어요. 그냥 가세요.” 이건 뭐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김 국장은 너무도 당황스럽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한다. “내가 얼마나 개 쪽을 당했는지 알아? 거기는 의장 남편상이라고 의회도 중단하고 다 왔대. 직원들도 많이 와 있었고. 씨발!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이제 올라갈수록 보이는 거 없어? 그냥 나가! 난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야.”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우리 쪽은 7급 직원 부친상일 뿐인데. 그쪽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곳은 의장 남편이 죽었으니 조문 규모가 컸을 뿐이다. 김 국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선 의장 분노를 풀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내가 누군지 알아? 아, 씨발! 국무총리가 와도 내가 다 털어버린 사람이야. 나중에 전화 왔어. 총리가 미안하다고. 당신, 사람 잘못 봤어. 언제 걸리든 걸릴 거야. 국장님, 임기 많이 남았지? 보이는 거 없어? 보이는 거 없냐고? 씨발!” 욕설과 삿대질을 해대며 마구 호통치는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과 군수 이름을 언급하면서, 그 새끼들도 자기한테 꼼짝 못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들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름을 언급하면서 자기가 다 죽여놨다며 목청을 높인다. 아마 의장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너 같은 놈이 감히!'라고 말한 것 같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데 폭언은 계속된다. “어서 가! 당신들은 계약직이 아니잖아. 난 계약직이고. 어서 가! 어차피 내 성격 다 알아! 난 무서운 사람 없어! 집행부로 가버려. 오늘이라도 당장 짐을 싸서 가라고. 씨발! 더 이상 건방 떨지 말고 가라니까. 청원경찰 부르기 전에.” 김 국장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냥 서 있기조차 힘들다. 갑자기 벼락에 맞은 듯 다리가 휘청거린다. “야! 누가 의장실에 아무나 들이라고 했어!” 비서실 직원을 향해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목청을 더 높인다. “너희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다 방 빼! 자꾸 이런 식으로 날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어. 씨발! 열 받아 죽겠구먼. 앞으로 아무나 내 방에 들이지 마! 알았어?” 김 국장은 졸지에 '아무나'가 되었다. 의회 100여 명 이상을 책임지는 국장이 아니라 김 '아무나'가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의장 방에서 나온 김 국장은 정신이 혼미하다. 의장 비서실에는 비서진과 결재를 받으러 온 직원 여러 명 대기하고 있다. 분명 이들도 의장 방에서 있었던 내용을 들었음이 분명하다.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 5분 정도 의장 비서실에서 멍하니 서 있는데 한쪽에서 귤을 까먹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홍 과장이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심호흡해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단지 비서실장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려 했던 것인데. 의장이 나를 비서실장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김 국장은 평소 악마를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 폭언을 쏟아내는 그 눈은 분명 악마의 눈이었다. 얼굴을 파르르 떨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 표정은 사람의 것이 아니다. 퇴근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김 국장은 반가 처리하고 퇴근한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지옥 같아서다. 집으로 운전하는 내내‘대체 의전이 뭐라고.’라는 생각만 맴돈다. 악마는 멀리 있지 않았다. 너무도 평범한 얼굴 속에 숨어 있었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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