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는 면접관의 관점에서, 인터뷰 요청을 드릴 사람을 선별하는 과정을 주관에 입각해서 써보았습니다. 오늘은 면접 초반 10~15분에 일어나는 일과 면접관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모든 면접관들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볼 순 없겠지만,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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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부로부터 지원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습니다. 무려 30분 정도 일찍 왔네요. 한참 회의중이었는데 말이죠. 야속함과 동시에 미안함이 생깁니다. 출근해서 바로 인터뷰 준비를 해두긴 했지만, 한 번 더 챙겨 볼 시간은 없네요. 부랴부랴 회의를 마치고, 지원자가 있는 미팅룸으로 향합니다.
정갈하게 옷을 갖춰 입은 지원자가 앉아 있습니다. 눈이 부실 지경이군요. 편하게 입고 오시면 저도 마음이 편할텐데, 지원자 입장에선 그렇지 못하겠죠. 저를 보고 의자에서 일어나려 합니다. 과장된 몸짓으로 앉으시라 합니다. 수평적인 조직임을 온 몸으로 피력합니다.
간단한 래포를 시도합니다.
회사를 찾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강남역에서 바로 보이는 빌딩이라 사실 헤멜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댁이 어디신지, 차를 타고 오셨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셨는지, 몇 분이나 걸리시던가요… 시덥잖은 질문이지만 효과는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조금이라도 친밀감을 끌어내야 좋은 인터뷰가 되니까요.
미팅룸에 설치된 모니터에 포폴과 이력서를 띄웁니다. 재빠르게 한 번 훑어봅니다. 다른 분과 헷갈리면 안되니까요. 아, 이 분이었구나.
긴가민가 싶은 분이었습니다. 잘할 것도 같은데, 뭔가 미심쩍습니다.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간단히 면접 시간을 고지하고 (60분이 기본이지만, 혹시 모르니 90분을 세팅해 둡니다.) 간단히 이력 먼저 살핍니다. 현재 재직중이시고, 1년 단위로 서너 회사를 옮기셨습니다.
최근 다닌 회사의 조직 구조와 팀 구성과 업무 환경, 그리고 퇴사 이유도 (매우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아무리 회사를 욕하면서 퇴사했더라도, 가장 최근에 다닌 회사의 문화와 환경이 현재의 지원자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거든요. 이 분이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환경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앞으로 포트폴리오를 보며 질문할 방향을 생각해 봅니다.
퇴사 이유는 사실… 물어보면 안되는 질문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앞으로 이 분을 채용했을 때 어떤 점을 유의해서 케어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조직을 이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를 함께 보며, 간단히 커리어 패스에 대한 질문을 드립니다.
그동안의 이직이 의지에 의한 건지, 아니면 여러 회사에 무작정 지원하고서 합격한 곳에 간 것이었는지를 확인합니다. 당연히 선호하는 건 "목적이 있는 이직"입니다.
일에 대한 갈증, 성장이 고파서 이직을 해 왔다고 답합니다. 일반적이지만 모범답안입니다. 하지만 이력서에 기재된 회사는 - F&B를 다니다가 커머스를 다니다가 SI 회사에서 일하다가… 맥락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각 회사에서의 작업물이 모두 괜찮았으니까, 애써 "다양한 일에 쉽게 적응하는 카멜레온적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이었겠거니 합니다.
그래서 약간 더 들어가 봅니다.
지원자 님의 커리어에 우리 회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아차, 질문이 난해했군요. 상대는 5년차입니다. 풀어서 설명합니다. 그 동안은 에이전시에도, 인하우스에도 계셨고, 업종도 계속 다른데, 그 이유를 묻습니다. 본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묻습니다.
앗, 푸념을 시작합니다. 첫 회사는 사장님이 독재자였고, 두번째 회사는 망했으며, 세번째 회사는 사람들이 좋았지만 반복적인 업무 때문에 성장의 기회가 적은 것 같아서 나왔다 등등. 그런 걸 여쭤본 건 아닌데요 ^^;
또한 이런 대답은 지원자가 빠지는 흔한 함정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가진 정보량의 격차를 무시한 채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것 말이에요. 제가 아무리 이력서를 꼼꼼히 살펴 봤다고 하더라도, 사장님이 “어떻게" 독재를 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어서" 망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좋았는지, “어떤 일이” 반복적으로 성가시게 했는지 - 처음 봽는 저로서는 쉽게 파악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지원자는 객관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듣는 사람이 모를 법한 부분은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은 건지 좀 더 풀어서 얘기합니다.
앗, 지원자가 살짝 긴장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쌓아 둔 친밀감의 공기가 사라졌습니다. 저도 덩달아 아찔함을 느낍니다. 어쨌든 서로 최상의 컨디션에서 대화를 하고 싶거든요.
어쩔 수 없이 뻔한 질문을 합니다.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요? 5~10년 후의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질문이 진부하고 이상하더라도, 이 질문 자체는 많은 걸 이끌어 냅니다. 이것 역시 남은 시간을 위한 베이스라인 작업이죠.
첫째로, 삶 속에서의 직업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개는 미래의 모습을 직함으로 얘기해요. 훌륭한 디렉터가 되어 있을 거라던가, CVO가 되고 싶다던가. 반면에, 즐거운 회사를 만들어서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는 대답도 의외로 많고, 회사의 매출을 두 배로 올리겠다거나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차려서 근로자의 삶을 떠나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심지어는 따듯한 아버지가 될 거라는 답변도 있었죠. ^^
이 질문의 답에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볼 때 작업의 결과로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 묻거나,아니면 얼마나 ‘보람'을 느꼈는지 묻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좋아요. 성과 지향인지 가치 지향인지 알아보는 거니까요.
두 번째로는, 본격적인 인터뷰에서의 제 태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질문에 흥미를 느끼는 몽상가적인 기질의 사람이 있는 반면, 현실적인 부류는 “뭐 이런 질문을 하지?"라는 태도를 보이며 금세 인터뷰에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어요. 전자라면 선후배간에 얘기하듯 격의없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후자라면 드라이하게 필요한 정보만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오늘 말씀드린 부분은, 시작 후 15분 내에 이뤄지는 - 인터뷰의 초기 프로세스입니다. 신중하게 살피면서 서로의 카드를 꺼내 보이는 시간이라서, 뭔가 가식적인 친밀함이 있는 동시에 매우 민감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 시간은 면접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나머지 인터뷰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구상/설정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흥미를 끌어 올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 내에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지원자도 ‘이 회사는 안되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어요. 둘 중 한 명이 흥미를 잃고 집중을 못하면, 나머지 시간은 서로에게 낭비일 뿐이죠. 그래서, 초반 15분은 집중하며 지원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다음 편은 ‘포트폴리오를 보며 하는’ 면접의 본편을 연재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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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는 반말체로 글을 쓰는 편입니다. 그래야 날 것의 얘기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내용의 “노골적인 상세화 버전"을 블로그에도 올려두었습니다. ^^
https://www.panopt.net/138
디자이너가 디자이너 뽑는 이야기 (2)
리멤버 인플루언서 2기에 선정되어서, 앞으로 몇 개의 글을 리멤버 앱에 올리게 되었어. 여기에도 함께 공유하려 해. ( 리멤버 글 경로는 여기 : 링크 ) 리멤버에서는 경어로 쓰지만, 여기는 편하게 하던 대로 + 좀 더 살을 붙였어. 전편에선 인터뷰 요청을 하기 위한 선별작업에 대해서 얘기했어. (링크) 오늘은 인터뷰이가 회사에 도착하는 시점부터, 면접 초기 15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야. 가장 흔한 상황을 가정해 봤어. 회사에서 열띤 회의를 하고 있는데, 인사팀에게서 행아웃 알람이 울려. "○○ 직무로 지원하신 ○○○님이 ○○실에 도착하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의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안건은 다음으로 미루고 간단한 건 후딱 정리하고 회의를 정리해. ... 그래도 말이지.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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