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시절 스티로폼 위에 올라
하수구 터널을 노저어 건넜었다
마치 그터널을 지나면 양쯔강이에라도 닿을듯
사뭇 비장했었던 기억이 난다
수영도 못했던 내가 운명처럼 해경이 됐고
바다위 보안관은 희열과 보람으로
하루하루가 행복한 눈부신 날들이었다
지금의 내운명은 검정 안개밭에 숨죽여
또다른 진짜 항해를 시작했다
조류가 거센 물바닥에 연약한 씨를 뿌리고
천년을 버틸 소나무 줄기 기둥을 세우고
금빛 핑크 튤립 꽃을 피우려한다
누군 말도안되는 망상이라하고
또누군 저녀석은 어쩌면 이란 기대를 건다
지금까지의 나완 다르게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철저하게 전략을 세우고 처절하게 공부한다
그리고 온화하고 겸손하게 허리 숙인다
언젠가 바다위의 꽃이 당연한 세상이 온다면
난 또다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녀석이다
다행히 물길속 짠내를 버티는건 어느정도
적응이 됐고 나름 적성도 맞는듯 하다
정말 다행히 귀한 바다꽃을 피우는 날이 온다면
너와 너와 너와 웃으며 쏘주한잔하고 싶다
- 해경 퇴사 해영 입사 20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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