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능력이 중요할까 기획 능력이 중요할까?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경제개발이 한창인 70년대만 해도 꼼꼼한 기획력이 능력의 척도가 되었다. 일단 기획력이 좋은 직원은 있어 보인다. 여기에 화려한 말솜씨까지 따라 주면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임원 승진 1순위로 몸값도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야말로 인재 중에 인재다.
반대로 행동력 있는 직원은 소위 몸으로 때우는 정도로 치부되었다. '현장 묶기'로 분류되어 넥타이 메고, 폼 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본사 근무는 언감생심이다. 행동파 이미지는 안전화 신고 흙먼지 맡으며 현장에서 직원들과 일 끝난 후 커피 대신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기획력 좋고 말 주변 좋은 직원은 그냥 '번지르르'한 느낌이다. 요즘 대세는 'So What?'이다. “기획은 알겠는데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건데”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기획력을 싹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꼼꼼하게 기획할 수 있는 인재도 당연히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기획을 누가 실행에 옮겨 성공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는 실행력이냐 기획력이냐가 아니다. 문제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는 리더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기획력 있는 리더 밑에는 기획 잘하는 부하직원이 인재다. 반면 행동력 있는 리더는 기획력 좋은 부하를 답답하게 느낀다. 그러나 같은 성향으로 이루어진 조직은 한계가 있다. 우생학적으로 순혈 보다 혼혈이 우세한 것과 같다. ‘기획력 리더 : 기획력 조직원’로 구성된 경우 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안되는 것도 없다. 생각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행동력 리더: 행동력 조직원’으로 구성된 경우 마무리가 안된다. 시작은 잔뜩 했는데 수습이 안된다. 최고 좋은 것은 기획력과 행동력이 어우러진 조직이다. 리더가 행동파이면 부하직원이 꼼꼼해야 한다. 기획력 있는 리더라면 대찬 부하가 있으면 좋다. 다만 후자인 경우 내공 있는 상사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골치 아픈 부하로 평가절하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속한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리더라면 나와 다른 성향의 부하를 지금까지 인재로 생각했는지 되 짚어 봐야 한다. 실무자라면 상사의 성향과 어떻게 다른 지도 봐야 한다.
리더와 조직원들이 각자의 성향에 맞는 역할을 할 때 탁월한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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