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사람 잘 갈구는 것을 엄청난 능력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굴 야단치는 것도 참 스트레스 받는 일인데, 본인이 악역을 도맡아 분위기를 딱 잡아놨으니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잘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쪼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아랫사람이 아니라 경력이 나보다 적은 직장동료)의 약점과 실수를 찾는데는 선수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잘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번 일만 갖고 하는 말이 아니잖아'
'지난 번에 김대리가 나한테 뭐라고 했어'
'내가 몇번을 더 얘기해야 돼?'
'과장이나 됐으면말야'
이렇게 말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압박을 통해 정량적인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회사에선 이런 유형의 관리자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무실의 공기를 칼날처럼 만드는 군기반장이 결코 유능한 사람은 아닙니다.
능력의 기준은 전문성과 리더쉽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쉽은 버거운 과제가 있을 때, 팀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어떻게든 일을 해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불가피한 그리고 막중한 업무가 주어졌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리더는 팀구성원들에게 전문가로서 여러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모두가 윈윈하는 가장 합리적인 돌파구를 제시해야 합니다. 한참을 설명하고 ‘어떡하면 될까요?’라고 되묻는 게 아니라 '이게 최선이니 나를 믿고 따르라'라고 말해야 합니다.
유능함이란 냉철한 판단을 통해서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그런데 이 공감대는 서로간에 오가는 말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이성적 커뮤니케이션이지만 감정이 더 크게 작동합니다. 관리자가 팀원에게 무엇을 따져 묻거나 지시하는 말 한마디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리더는 말하기 전에 '올바른 지시가 맞는지, 일을 두 번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혹시 내 의도를 오해하진 않을지' 두 번, 세 번 고민해야 합니다. 이건 깝깝한게 아니라 섬세한 것입니다. 리더쉽은 바로 이런 디테일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리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질은 바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능력’입니다.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