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이래 지금처럼 경력직 채용이 빈번히 이루어졌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일 좀 한다는 직원들의 유출도 심각하다.
IT, 데이터 관련 직군은 특히 기업의 수요가 폭증한 터라 높은 연봉에 스톡옵션까지 얹어 러브콜 하는 회사가 많은 만큼 일잘러들은 더 나은 조건과 근로환경을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일도 다반사다.
경력직도 경력직 나름이긴 하겠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특정 업무를 위해 채용된 전문 인력과 일하는 것이 신입이나 타 부서 전입인력과 일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우선 업무 이해도가 높아 가르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경력직인만큼 단기간에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는 마인드셋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회사에 대한 로열티로 일을 한다기보다 프로젝트 수행이 본인의 시장가치 유지에 필요한 행위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신입사원은 어떠한가.
신입사원은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이다. 기업은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자산을 길러낸다는 의미로 그들을 채용하며 상당 기간과 돈을 교육에 쏟아붓는다.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업무 프로세스들이 개인의 역량이나 스펙보다는 경험과 약속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태반이므로 신입사원은 정작 그들의 포부와는 달리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회사나 선배가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하는 가치가 '능력'보다는 '태도' 나 '센스'인 것이다. 어차피 일로 승부할 수 없는 인력이므로 열심히 배워서 빠른 시일 내에 월급값을 하고 선배들 업무 효율 높일 수 있도록 센스 있게 잡무도 해가면서 적응하고 성장해나가라는 의미다. 마치 자식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마음으로 회사이 미래와 기업문화를 계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신입사원은 회사의 기대와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입사한다.
과거 세대는 별일 없으면 계속 다닐 마음, 이 직장에서 성공해보겠다는 포부로 회사를 선택했지만 요즘 세대는 처음부터 회사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로 몇 년 일하고 일 좀 한다 싶으면 이직하는 일이 속출하니 신입 채용이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 신입을 대하는 선배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신입이 부서에 배치되느냐 안되느냐에 촉각을 세우고 신입이 오지 않으면 실망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부서에 신입이 배치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조직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태도'와 '센스'인데 정작 그들은 '그럴듯한 업무'와 '복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야 공통된 니즈겠지만 '그럴듯한 일'에 관해서는 선후배 입장차가 있다. 선배 입장에서는 '그럴듯한 일'을 신입과 함께 수행해나가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애정이 필요하다. 소화력이 약한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주듯 선배 입장에서는 신입과 함께 일하기 위해 불필요한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불편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신입이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는 신뢰가, 적어도 이 조직에 기여할 사람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이런 감정이 사치라면 적어도 선후배 간 배분되는 일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서로 간의 컨센서스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자료조사, 예산처리 등 프로젝트에 수반되는 잡무는 신입이 하고 주요 기획이나 분석은 선배가 하되 신입은 선임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학습을 하는 도제식 업무수행이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몇 회 반복되어야 신입도 주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동료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잡무는 거부하는 신입', '늘 납기보다 퇴근이 우선인 신입', '블라인드 운운하는 신입' 등 항간에 떠도는 불편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신입이란 존재가 점점 어려워진다.
'같이 일할 때는 답답하고 대화할 때 불편한 사람'과 누가 함께 하고 싶겠는가?
최근 페이스북에서 어느 기업 대표가 이런 논지의 글을 남겼다. '대기업에서 경력직을 빨아들이는 탓에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허덕인다. 대기업은 신입 채용을 사회적 책임의 하나로 인식해야 하며 사회에 숙련된 인력을 공급하는 주체로도 역할해야 한다.'
이익은 모르겠으니 사회적 책임과 의무로 신입채용을 하라는 것이다.
사회적 성공보다는 개인의 성취, 회사 이름보다는 워라밸, 이로 인해 잦은 이직이 터부시 되지 않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전제하면 기업은 더 이상 '신입 채용'에 대한 동인이 없다. 나라에서 강제하지 않으면 그럴 이유가 정말 없다. 그리고 도제식 교육이 점차 사라진다는 가정 하에서는 '스펙'과 '출신'이 업무 능력을 어느 정도 대변하던 과거의 가설이 더 이상 지지되지도 않는다. 대기업 입사 자체가 안전 마진이 되는 시대는 어쩌면 머지않아 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 초년생은 힘들다. 대학만 가면, 입사만 하면 만사 해결되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점점 그렇지 않게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욱더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야만 할 것이다. 좋은 회사에 취직한 신입사원이라면 제발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수년내에 이직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경력을 만들기 시작하라는 말이다. 지금 속한 조직에서 제대로 배우고 진정한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회사라는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시장가치가 폭락해버리는 사람이 되기 쉽다. 이는 사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의 종말
2022.04.30 | 조회수 10,644
윤경화
신한카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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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무
전북개발공사
BEST옳은 말씀입니다.
신입때는
앞서나간 발자국을 어지럽히지 않고
뒤따라가되
이후의 자신만의 발자국을 새롭게 걸어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05.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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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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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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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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