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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事記> 1-2. 일꾼은 클로징으로 말한다

2022.04.25 | 조회수 2,051
김진영(에밀)
커넥팅더닷츠
초보 팀장의 실수 오늘은 시나리오 초안을 보고 받는 날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전략의 확장 버전이기 때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포인트 몇 개를 미리 짚어준 것 말고는 개입하지 않았다. 팀장들과 팀원들이 잘 그렸을 거라 믿고 맡겼다. 실장이 팀장이나 팀원보다 실무를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실장이라면 좀 더 큰 것을 생각하는 자리다. 김 부장은 문득 처음 팀장이 됐을 때가 생각났다. 그는 A부터 Z까지 모든 걸 챙겼다. 팀장이라면 당연히 모든 실수를 속속들이 관장해야 한다고 믿었다. 팀원들 업무를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팀장이 할 일인가?’ 싶었을 때 사고가 터졌다. “김 팀장, 팀장이 됐으면 해결책을 갖고 와야지. 현상만 줄줄 읊어내면 당신이 팀장이야, 팀원이야?” 보고서를 받아 든 이사가 소리를 질렀다. 분기 사업 대책 보고서였는데 이미 벌어진 일들만 잔뜩 나열하고 결론은 두루뭉술하게 작성됐다. 일에 쫓기다 보니 원인 분석만 하기도 바빠서 깊이 있는 대안을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결과였다. 이사가 화를 낼 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사님이 미리 알려주면 좋았을걸’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 일 이후, 김 부장은 실무에서 벗어나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일부러 팀원들 모니터와 통화를 안 보고 안 들으려 했다. 대신 방향 제시와 중간 점검에 집중했다. 큰 방향에서 문제가 없다면 팀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완전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본인들이 참여했다는 생각이 들어야 일을 추진할 마음이 생길 거라고 당시의 김 부장은 생각했다. 때로는 업무 내용을 잘 모르는 척 팀원에게 다가가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의견의 내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팀원이 스스로 의견을 말하는 행위 자체가 값어치 있었다. 팀장이 되고 일 년이 지나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술기운이 거나해진 팀원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팀장님, 처음 팀장 되시고 나서 저희 많이 힘들었습니다. 같이 실무 하던 사이였는데, 관리자가 되시더니 너무 간섭하셨어요. 이건 뭐 친한 형이 교장 선생님이 돼서 오신 것 같더라니까요.” “맞아요. 회의 때는 정말 숨쉬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살 만합니다.” ‘어익쿠... 나 때문에 얼마나 팀원들이 힘들었을까?’ 창피함이 몰려왔다. “팀장님, 그래도 저는 나쁘진 않았어요. 팀장님과 잦은 면담이 유쾌하진 않았지만, 팀장님 말씀이 틀린 건 별로 없었거든요. 예전부터 선배님이셨으니까 그 노하우를 듣고 나서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이 맛에 팀장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 많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인정을 확인하고, 함께 성장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불가능을 대하는 태도 “실장님, 결론적으로 기존 전략을 최대한 스트레칭해서 산정해봤을 때, 연평균 7.5%의 성장이 맥시멈(최대치)입니다. 그 이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평소 자신만만하던 이 팀장의 발표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김 부장이 예상한 수치와 유사했다. 그것도 쉽지 않은 목표인 5%를 50% 끌어올린 숫자였다. “이 팀장, 나머지 갭은 어떻게 채울지 혹시 생각해봤나요?” “아… 실장님, 잘 아시잖습니까? 7.5%도 쉽지 않은 목표라는 걸요. 지난 한 달 동안 팀원들하고 고민해봤지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맞아요. 일반적인 방법으론 불가능하지. 이 팀장, 우린 평소와는 다르게 생각해봐야 해요. 기존의 생각을 버려야 된다 이 말이요.” “실장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보고서를 만들면서 새삼 느낀 게 있습니다. 제가 다른 쪽을 못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존 사업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괴로웠습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나?’ 싶기도 했고요.” “그건 이 팀장 잘못이 아니에요. 나도 팀장일 때는 그랬어요. 도통 옆을 돌아볼 틈이 있었어야지.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바빴지 뭐예요. 이 팀장, 혹시 경마장 가봤어요? 경주마 눈에 ‘차안대’를 채워요. 앞만 보게 말이에요. 우리는 차안대를 스스로 차고 달렸던 것 같기도 해요.” “자, 우리 사업 밖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기존 사업과 관련 있는 사업으로, 품목이나 영업 채널의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 수단으로는 인수합병을 고려해야 합니다.” “인수합병이요? 그건 우리 회사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인데요?” “그렇지, 맞아요. 가보지 않은 길이에요. 그룹이나 주력 계열사 차원에선 여러 건 있었지만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길이겠네요. 이 팀장, 나는 이게 기회라고 봐요. 우리 지난 몇 년 동안 무난하게 지냈잖아요? 조금씩만 성장하면서 말이에요. 시장 전체가 그렇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죠. 근데 그게 쥐약이 될 수 있어요. 점진적인 성장이 안일함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니까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인수합병까지 계획에 넣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글쎄요, 25% 성장 목표 자체가 무리 아닌가요? 그러면 당연히 달성 방안도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판을 넓히는 게 아니라 새 판을 가져와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수합병 없이는 절대 이 숫자 달성 못 해요. 따라서 이 계획에는 그룹 비서실을 설득할 투자 심의 자료까지 담겨야 할 겁니다.” “다행히 내가 전 직장에서 인수합병 경험이 있어요. 물론 팀원일 때였지만 그 부분은 적극적으로 서포트할게요. 우선 이 팀장은 기존 전략에서 확장하는 쪽에서 1~2년 안에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쪽으로 구성해줘요.” 불가능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는 선회하고 있었다. 마지막 보고 사내 최종 보고를 몇 개월 앞둔 초여름 날, 김 부장은 상사인 상무에게 중간 보고를 했다. 그의 반응은 매우 단조로웠다. “숫자만 채워 와. 전략은 어차피 소설 쓰는 거잖아. 그 정도만 하라고.” 김 부장은 상무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는 없었다. 결국, 김 부장과 팀장들은 여름휴가를 미루고 인수합병 대상 기업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인수 시 기대되는 기업들을 매출 크기와 실현 가능성을 두고 리스트업한 후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해보고, 내부자와 미팅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업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현재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별도로 넣어 최종적으로 대상 기업을 추렸다. ‘아, 이렇게 인수를 해도 25%는 불가능하다. 이를 어쩐다?’ 옆 사업부 전략실장을 찾았다. 그룹 캡티브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그쪽 사업부는 그룹 물량의 증가를 전제로 25% 달성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짰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장의 사업부는 비빌 언덕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최종 보고 날, 대표를 위시한 임원들이 모여 있는 대회의실에서 보고가 이어졌다. 다른 사업부 보고는 무난하게 넘어갔다. 25%씩 성장한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김 부장은 앞선 사업부와 달리 7.5%의 베이스라인에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추진으로 더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 사업의 경우 인수할 만한 큰 기업이 시장에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따라서 현실성 측면에서 A사, B사 등이 고려 대상이며, 이를 실현한다면 대략 20%까지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거 뭐야! 김 부장!” 바로 상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당신이 뭔데 안 된다는 계획을 짠 거야? 내가 이렇게 지시했어? 되게끔 계획을 짜는 게 당신 임무잖아! 회사의 미래를 그리랬더니, 아예 망하게 할 참이야?” “상무님, 그룹에 보고하는 자료입니다. 정합성과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자료를 낼 순 없잖습니까?” “김 부장! 그런 걸 내가 너한테 신경 쓰라고 했어? 그냥 만들어 오라고 했잖아!” 김 부장은 대표를 쳐다봤다. 사실 김 부장은 대표가 뽑은 사람이었다. 실장 자리도 대표가 직권으로 앉혔던 거였다. 하지만 그 자리의 대표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에 회의는 상무의 고함이 이어지며 유야무야 끝나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엔 클로징이 있다 답답한 마음에 김 부장은 그룹 비서실 자사 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 차장님, 5개년 계획 말이죠. 다른 계열사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네, 김 부장님, 몇 개 계열사에서 초안을 보내주긴 했는데요. 지시대로 성장시킨다고 한 데는 없습니다. 저희도 좀 난처한 상황인데, 다들 힘들다고 하시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김 부장은 혼란스러웠다. 그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지시를 내렸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실 자사 담당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아까는 사무실이라 편하게 말씀 못 드렸습니다. 김 부장님, 25% 숫자에 얽매이진 마세요. 비서실 차원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지시였습니다. 비서실장께서 독단으로 밀어붙인 측면이 있었거든요. 실무진에서 계속 의견을 개진 중이니 상황을 보시지요.” ‘위나 아래나 다 이상한 상황이구나. 팀장들 보기만 면목 없게 생겼어.’ 김 부장은 팀장들과 선임 팀원들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다들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려고 여름휴가까지 못 가고 일했나 싶네요.” “이 팀장, 그리고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계획안은 용두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주 헛일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마무리 지읍시다.” “어떻게 말씀이신가요?” “우리도 윗선도 만족하진 못하게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젠 별 의미 없는 결론이 돼버렸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얻은 게 없지는 않습니다. 결론이 나오게까지 우린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건 창사 이래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이었어요. 솔직히 그 과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제대로 걸어왔습니다.”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만, 우리 보고서는 그 자체만으로 합리적이었다고 봐요. 다만, 우리는 고객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네요. 우리 기억을 더듬어서 lesson learned를 문서화합시다. 누구나 실패를 다시 대면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해내야 비즈니스맨인 거예요. 저잣거리 장사꾼과는 다르게 살아야겠죠.” “나 먼저 반성합니다. 그룹의 분위기를 일찍 파악하지 못한 점, 상무님의 의중을 읽지 못한 점은 뼈저리게 자아비판 할 겁니다. 이 팀장이 복기를 위한 정리 양식을 만들어 보세요.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실장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우리 팀원들 모두 이 보고서 만들면서 분석력이 향상되고,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고마워요, 이 팀장. 음… 그렇게 말해주니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들었던 게 생각이 나요. 근육 운동하면 파괴되면서 부피가 커지고 재생되면서 단단해진다고 해요. 그사이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요.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긍정적인 면을 봅시다. ‘Lesson learned’를 확실히 규명해 보면 멋진 근육이 생길 겁니다. 일 보세요.” 돌아가는 직원들을 보며 김 부장은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오늘은 좌절했지만, 내일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대로 끝맺음해야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결국, 클로징에 강한 사람이다.’ (1-3에서 계속) 김 부장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이끌고 끝맺음하는지를 'Why - What - How - Lesson'의 4단계로 정리해본다. 김진영 23년 직장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2021년 4월에 출간했다 (6쇄).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IT 등 다양한 직무를 맡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상공회의소, 표준협회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으며,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다. 현재 '리더십 스쿨'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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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7
현장의 고민을 아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ㅎ 일이 궤도대로 순항하든 중간에 이탈하든 중요한 건 클로징, 그리고 동일한 이슈를 방지하기 위한 치열한 레슨런이죠!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김진영(에밀)
작성자
커넥팅더닷츠 | 
2022.04.25
BEST훌륭한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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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뮤니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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