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앱을 설치하고 오늘 가장 인기있는 글을 받아보세요
오늘 가장 인기있는 회사생활 소식을 받아보는 방법!

18년 만에 써보는, 멜론의 성공요인 분석

2022.04.21 | 조회수 4,107
김진수
디케이비엠시
IT 영역에서 서비스는 기술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당연히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수록 시장에서 더 큰 주목과 관심을 받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기술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습니다. 가시덤불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문제를 만나면 그 너머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히 문제 한 가운데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2004년 멜론의 출시를 앞 둔 SK텔레콤 뮤직사업팀 임직원들의 마음이 딱 그러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은 압도적 국내 1위 이통사로 TTL, 팅, 네이트, 준 등의 마케팅 성공신화를 써 나가고 있었습니다. 2천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와 국내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보한 압도적 1위 사업자였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콘텐츠였습니다. SK텔레콤이 찾던 킬러 콘텐츠 중 하나가 음원일 것이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예상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분위기 속에선 휴대폰 음원서비스가 빠르게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서비스가 그 때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기억을 잠시 되살려 2천년대 초반의 시장환경을 짚어보고 당시 SK텔레콤이 어떤 전략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20년이 다 되가는 옛날 이야기지만 현재에 주는 교훈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의 음반시장 상황을 기억하시나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음악은 PC, MP3플레이어, CD플레이어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음원이 소리바다 같은 P2P서비스를 통해 불법유통되고 있었습니다. 노래는 공짜로 듣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졌고 인기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은 급감합니다. 이 때가 바로 한국 음반산업의 암흑기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휴대폰에서 벨소리 다운로드와 통화연결음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음반업계가 볼 때 이동통신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준 고마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요율과 불투명한 정산을 강요하는 갑질 대마왕이었습니다. 음반업계의 가장 큰 악몽은 전국민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에서 MP3 파일을 자유롭게 재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불법음원을 너무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음반시장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그 즈음에 SK텔레콤에서 휴대폰에서 음원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음원제공을 요청하러 찾아 온 것입니다. 각종 음원관련 협회와 업체에서는 똘똘 뭉쳐서 협의체를 구성합니다. 이번에 물러서면 다 죽는다는 각오로 협상 테이블에 섰습니다. 이들의 결기에 찬 얼굴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무조건 음원을 확보해야만 하는 멜론팀이 넘어야 할 첫번째 벽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요? SK텔레콤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은 제안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 멜론을 통해 다운로드 되는 모든 음원에는 DRM을 걸어서 다른 기기에서 재생할 수 없도록 하겠다. 불법유통을 원천 차단하겠다 • 고객의 휴대폰 내에서도 딱 결제한 만큼만 음원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 음원의 스트리밍/다운로드 수를 일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MLB(Music License Bank) 시스템을 만들어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지금의 관점에선 별것 아닌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하나하나가 당시로선 큰 결정이며 실행을 위해선 규모의 시스템이 요구되는 내용입니다. 사실 당시의 시대적 흐름은 개방형이 대세였지만 SK텔레콤은 트랜드를 좇지 않고 폐쇄형 모델을 채택해서 휴대폰이 MP3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음원관계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또 유료 서비스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서 벨소리를 능가하는 새로운 수익이 창출된다는 점과 시스템을 통해 투명한 정산을 보증하겠다는 약속으로 음원협회의 마음을 돌리게 만든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당시 LG텔레콤은 멜론과 달리 개방형 플랫폼 정책을 취했습니다. 엘지는 완벽한 MP3폰을 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은 불법 다운 받은 MP3 파일을 엘지폰에서 자유롭게 재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곧바로 음원협회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합니다. 놀랍게도 엘지는 이 위기를 돈으로 해결합니다. 100억원의 음악시장 발전 기금을 헌납하고 엘지폰 사용자가 대략 100억원치의 MP3를 이용할 때까지는 묵인한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한편, SK텔레콤은 음원은 드디어 확보했지만 사용자에게 멜론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가 여전히 이슈였습니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봐도 ‘돈 내고 음원을 다운받을 용의가 있다’는 이용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 온라인 음원 서비스는 곡 당 500원 정도를 내고 MP3파일로 다운 받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낡은 방식으로는 시장을 흔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키워드가 필요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음원 구독 플랫폼의 탄생 SK텔레콤이 꺼내든 카드는 ‘한 달 5천원에 무제한 음원 스트리밍’이였습니다. 지금은 뻔한 서비스 모델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멜론은 한 달에 5천원을 내면 무제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즐길 수 있고, 스트리밍만 이용하면 월 3천원에도 쓸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하루 100원이면 음원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음악에 돈은 절대 쓰지 않는다던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2개월 무료체험 같은 이통사 프로모션이 붙고 감각적인 TV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출시 1년 만에 이용자가 400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아무도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음원시장의 갈등을 극복하고 멜론은 성공한 서비스로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SK텔레콤은 국내최대의 음반 제작유통 업체인 서울음반을 전격적으로 인수합니다. 음반업계와 협력하면서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었지만 이 인수를 통해 더욱 안정적으로 음원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SK텔레콤은 열악한 시장환경에서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불신으로 가득찬 음원관계자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저작권자와 플랫폼이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 정책과 기술을 제시할 수 있었고, 그 범위 안에서 월정액 무제한 이용이라는 소구력 있는 BM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만약 SK텔레콤의 이런 도전이 없었더라면 휴대폰 음원서비스는 몇 년은 더 늦게 나왔을 것이고, 그 마저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플랫폼 강자에게 그 지위를 빼앗겼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 기간 동안 국내의 음반산업도 더 힘들었을 것이고요. 그 시절 머리를 쥐어뜯으며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놓고 고민했을 멜론팀의 실무자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45
닉네임으로 등록
등록
전체 댓글 7
bernett
억대 연봉
2022.04.22
BEST가입은 아주 쉽게 해지는 빡세게 만드는 양아치 기법이 아주 악날하더군요. 저는 멜론에 실망했습니다. (수정됨)
6

리멤버 회원이 되면 모든 댓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김커뮤니티
2020.07.01
BEST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154
김커리어
2020.07.01
BEST리멤버 회원을 위한 경력 관리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소개합니다. 당장 이직 생각이 없어도, 좋은 커리어 제안은 받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리멤버 커리어>는 리멤버에서 새롭게 출시한 회원님들을 위한 경력 관리 서비스 입니다. 능력있는 경력직 분들이 <리멤버 커리어>에 간단한 프로필만 등록해두면, 좋은 커리어 제안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단 1분의 투자로 프로필을 등록해두기만 하면, 기업인사팀이나 헤드헌터가 회원님께 꼭 맞는 제안을 직접 보내드립니다. 지금 바로 <리멤버 커리어>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나보세요!
21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Copyright 2019. Drama & Compan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