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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事記> 1-1. 일을 하는 이유

2022.04.21 | 조회수 1,759
김진영(에밀)
커넥팅더닷츠
사기(事記)'는 '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일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작업 그 자체'와 '(작업이 이뤄지는) 위치와 역할'입니다. 영어로 보면 'work'와 'job'의 차이죠. 둘 다에 대해 얘기하렵니다. 일을 해나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리더십, 소통, 정치 같은 영역도 담고 싶습니다. 매주 한 두 편씩 연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연초 싸라기눈이 내린 어느 날, 김 부장은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내리며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일곱 시, 사무실엔 아직 아무도 없다. 그는 조용한 이 시간을 좋아한다. 오롯이 사무실의 모든 기운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직장생활 어언 23년, 팀장을 거쳐 실장까지 오르게 됐다. 아직 정식 임원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숱한 동료가 회사를 떠났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도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오늘은 그룹에서 새로운 장기 목표가 하달되는 날이다. 그래선지 출근하는 관리자들 얼굴에서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다. 회사는 창사 후 10년간 매년 20% 넘는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사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 목표는 분명 숫자를 던져줄 것이기에 묘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음을 김 부장은 느끼고 있었다. 오후 2시, 김 부장은 상사인 상무와 함께 그룹 본사 미팅에 참석했다. 그룹 비서실의 지시는 향후 5년간 무조건 매년 25%씩 매출을 늘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룹의 재계 순위를 고수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회장님의 위신이 걸린 문제라는 거였다. 순간 실소가 삐죽 나왔지만 크게 내색할 순 없었다. 각 계열사에서 모인 수십 명의 전략 담당 임원과 담당자들은 마른 침을 꿀덕꿀덕 삼킬 뿐 한없이 진지했다. “상무님, 이게 말이 됩니까?” 김 부장이 본사 건물을 빠져나오며 상무에게 말을 던졌다. 한동안 말이 없던 박 상무가 짜증을 내며 대답한다. “야! 그냥 해. 달성한다는 계획을 만들어 오라고!”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나?’김 부장은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했는데, 돌아오는 건 핀잔뿐이었다. ‘상무님은 무조건 하라고만 하는군. 아… 이걸 직원들한테 뭐라고 설명한다? 해야 할 이유를 설명한다 회사로 복귀하는 내내 김 부장은 두통을 느꼈다. 상무처럼 그냥 지시만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실장이었지만 밑에 팀 하나의 팀장 역할까지 겸임하고 있었기에 완전 실무형이었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챙길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두 팀장과 선임 직원 셋을 불렀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죽을 둥 살 둥 영업해도 이제는 5%를 성장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장님께서 막아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 부장은 이럴 때가 제일 힘들다. 중간관리자의 숙명이라지만, 허망한 상부 지시를 밑에 설득해야 하는 것이 임원에게 깨지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번이야 억지로 일을 하게 할 수 있다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 관리 체계가 무너진다. ‘상무처럼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건 리더의 모습이 아니야’ 생각하며 김 부장은 팀장들과 팀원들 설득에 나섰다. “여러분 생각을 모르진 않아요. 하지만 이번 지시는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동시에 하달된 내용이에요. 무조건 달성해야 하는 거죠. 이건 우리 회사의 명운과도 관련 있는, 10년에 한두 번 있을까 한 결정이란 겁니다. 이 팀장, 우리 그룹 캡티브(그룹 계열사간 거래 물량)가 지난 해 몇 퍼센트였죠?” “결산이 완료되진 않았지만, 대략 35% 정도입니다.” “우리가 그룹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부합해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우린 경쟁사 대비 캡티브가 적다고는 하지만 35%는 우리가 사업을 유지하는 기본 베이스에요. 다른 측면도 생각해보세요. 우리 그룹 물량도 커버 못 하면서 다른 그룹사에 제안하는 게 씨알이 먹히겠어요?” “지난번에도 설명했지만, 우리 사업에 대해 다른 계열사도 관심이 있습니다. 이건 그룹 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애초에 그런 소지를 없애려면 그룹 의도에 적극적으로 부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유 다음은 일의 방향이다 한 시간이 넘는 회의에서 김 부장은 현재 위치와 미래 위험에 대해 말하면서 이번 5개년 계획 수립 일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가장 선임인 이 팀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실장님 말씀은 이제 알겠습니다. 그룹 내 우리 상황에 대해서 쉽게 간과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만, 무작정 계획을 뜬구름 잡는 식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우선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이 팀장 말이 맞아요. 이제는 어떻게 작성할 건지 방향을 정해야 해요. 나 역시 어떻게 25%씩 매년 성장시킬지 이거야~ 하며 뚜렷이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 솔직히 말이죠.” “그래서 우선은 기존 전략을 고수하면서 취급 품목을 늘린다는지, 판매방식을 변형하는 식으로 작은 변화 위주로 시나리오를 먼저 짜보도록 합시다. 그걸 베이스라인으로 잡고 나머지 갭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다행히 연말 제출이니 시간은 있다고 봐야겠죠. 함께 고민하면서 진도 나갑시다.” “이 팀장이 연말 제출 시한까지 대략적인 일정과 주요 마일스톤(이정표가 되는 주요 이벤트)을 짜서 공유합시다. 우선 기존 성장전략은 1개월 안에 작성하도록 하고요. 복잡하게 PPT로 만들지 말고, 5개년 매출 예측 위주로 짧게 작성해봅시다.” (1-2에서 계속) 팀장들을 겨우 설득시켜 5개년 계획을 수립해가는데… 현실과 목표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큰 상황에서 김 부장이 내린 판단, 그리고 내부 보고 회의에서 벌어진 황당한 해프닝이 일어나는 데... 이미지 출처: @redgreystock at Freepik 김진영 23년 직장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2021년 4월에 출간했다 (6쇄).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IT 등 다양한 직무를 맡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상공회의소, 표준협회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으며,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다. 현재 '리더십 스쿨'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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