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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경쟁입찰 '최악의 시나리오'

2022.04.18 | 조회수 4,009
김진수
디케이비엠시
이제는 무척 낡은 느낌이 드는 SI업계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너무도 뻔한 이야기를 하나 써봅니다. 제가 을의 입장에서 수차례 입찰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발주와 수주라는 과정은 항상 어렵고 힘들다는 점입니다. 보통 제안을 하는 을만 힘들고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갑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갑은 갑 나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돈다발을 흔든다고 입찰자가 몰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고 제안요청서만 업체들에게 던지면 일이 척척 진행될까요? 아닙니다. 적어도 입찰 공고를 내기 한 두 달 전부터 제안요청 대상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정 업체를 세워놓고 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안을 받을 업체를 미리 파악하고 제안요청서를 받을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발주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발주사의 프로젝트 담당자가 쉴틈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입찰공고 1-2주 전에 발주사 담당자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SI업체을 찾은 뒤에 대표전화번호로 ‘제안에 참여 가능하냐’고 전화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물어물어 아는 사람을 통해서 급하게 ‘제안요청서를 받지 않겠냐’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전화를 받는 업체가 가지는 느낌은 뻔합니다. 다른 업체가 내정돼 있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가 필요하구나..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발주사의 사업담당자가 안일하게 생각해서 충분한 제안업체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나 갑작스레 믿었던 업체가 안하겠다고 손을 놓아버린 경우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제껏 뻣뻣하던 갑이 을에게 찾아와 ‘제발 제안에 참여해주면 안되겠냐’고 읍소하는 것입니다. 발주하는 과정에서부터 모양이 안 만들어지면 사업 담당자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아예 유찰이 되거나 6~8개 업체에 제안요청서를 보냈는데 고작 2개 업체만 참여한다면 ‘그동안 일을 어떻게 진행했냐’는 질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돈을 주고 용역을 부리는 일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요? 턱없는 예산으로 사업을 발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투입원가를 따져보면 남는 것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손해가 나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업체가 미리 선정돼 있거나, 그럴 것이라고 강한 의심이 가는 경우입니다. 딱봐도 기존에 하던 업체가 할 것이 뻔해 보이거나 발주사와 끈끈한 관계가 있는 업체가 끼어 있는 상황입니다. 제안사 입장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아닌 기존 사업에 대한 운영 및 고도화 과제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입찰을 하는 이유가 경쟁력 있는 새로운 업체를 발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 업체의 용역단가를 낮추기 위해, 또 공정한 경쟁입찰이라는 '형식'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을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정보력을 총 동원해서 해당 프로젝트의 예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내정된 업체가 있는 것은 아닌지, 프로젝트에 숨겨진 폭탄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항상 이 대목에서 나타나는 을의 착각이 있습니다. 이번 제안은 손해를 보더라도 원가 이하의 입찰을 해서 수주를 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따내자는 것입니다. 공정경쟁의 합리성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전략적 제안’이라는 이름으로 SI업체 간 출혈경쟁을 하는 장면도 왕왕 목격합니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요? 한번 싸게 만들어 주면 다음 과제는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일까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 ‘어느 정도는 그렇다’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다음번에도 발주사가 원하는 가격에 맞출 수 있다면. 원가로 제안해준 을에게 갑이 다음에 해줄 수 있는 것은 미리 예산에 대한 힌트를 주고, 다른 업체의 제안품질이 월등하더라도 가격기준으로만 평가해 주는 정도입니다. 아무리 의리가 있다고 해도 ‘더 싼 견적’과 더 좋은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등장하면 갈아탈 수 밖에 없습니다. 자회사(였거)나 오너간에 뭔가 연결된 고리가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전략적 제안은 제 살 깍아먹기 식의 악순환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제안에 있어 가격이 전부가 아닌 경우도 있고 모든 경우가 다 이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특히 기존 사업거래처가 아닌 Non-captive를 개척하는 업체의 입장에서 섣부른 전략 제안은 금물입니다. 일단 들어가서 깃발을 꽂고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자는 논리를 조심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사업부서는 서로 섬처럼 동떨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같은 회사 내에서 ‘거기 개발은 어디에서 했어요? 우리팀이 이번에 진행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담당할 개발사를 찾고 있거든요.’ 이런 아름다운 대화가 이뤄질 확률도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사업적 기대를 걸어선 안됩니다. 각자 자기들이 알고 있는 업체가 있고, 해왔던 업체가 있습니다. 넓게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최저가로 수주해서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은 최악입니다. 아, 지금 우리 개발자들이 놀고 있어요, 라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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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0
최저가 수주 후 망하는 기업들 많죠.
김진수
작성자
디케이비엠시 | 
2022.04.19
BEST회사가 망하는 것도 망하는 것이지만 그런 프로젝트에 투입된 PM들이 정말 자살 직전까지 가는 모습 많이 보았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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