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영역에서 단연 화두는 MZ 세대다. 어디 마케팅만 그러한가. PR, 브랜드, 광고를 포괄하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MZ 세대가 곧 소비주체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은 야구에서 투수가 커브 다음에 몸 쪽 꽉 찬 직구를 던질 확률처럼 자명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MZ를 이해하려는 눈물겨운 사투는 요즘 시대 마케터의 일상다반사 중 하나가 되었다.
MZ 세대를 논할 때 M과 Z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Z세대는 M 세대와 같이 묶여서 정의되는 걸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밀레니얼은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 출생자를 의미한다. 주로 X세대의 자녀들이 Z세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Y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즉 XYZ 순으로 세대의 네이밍을 붙인 셈이다.
어느 브랜드의 Z세대 커뮤니티 구축 관련 비딩 제안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명의 Z세대를 대상으로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주고받은 이야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Z세대는 소위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감이 있어요. 그래서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로 접근하다가는 오히려 거부감을 살 수 있죠. 요즘 레트로, 뉴트로 감성이 떠오르게 된 것도 요즘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옛 것 중에 소비할 만한 것을 찾다 보니 역주행이 시작된 경우라고 봐야 해요!”
클래식은 세월이 흘러도 클래식이라는 관점을 180도 뒤집는 발언이었다. 단지 좋아서만 이 아니라 시류에 편승하기 싫은 취향이 새로운 발견을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린 셈이다.
대학 강의에서 팀 과제를 주려고 학생들에게 팀배정을 어떻게 하는 것이 이상적일지 물어본 적이 있다. 사다리 타기가 가장 공평할 것으로 생각해서 제안했더니 MBTI 성향별로 조를 구성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혈액형 만큼이나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법칙이지만 학생들의 심리적인 위안과 교수의 뜬금없는 가설검증 욕구 때문에 MBTI 궁합을 통해 팀이 배정되었다.
MBTI 성향 16가지 궁합 표를 컴퓨터 옆에 붙여 놓고 4~5명이 하나의 조가 되는 팀 구성을 MBTI 상성을 고려해서 짰다. 결국 큰 무리 없이 조별 과제는 순조로운 협업이 진행되었고 무임승차나 중도 포기자 없이 한 학기 수업을 마감할 수 있었다. 물론 가설검증을 위해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MBTI가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것은 본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욕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에서 협업을 할 때 중요한 것이 성향, 태도, 역량이다. 성향은 취향과도 바꿔쓸 수 있는 말로 존중해야 할 영역이다. 여러 세대가 함께 일을 하는 경우 특히나 상급자는 조직원의 일하는 성향을 파악하고 패턴에 맞게 업무를 위임하고 지시하고 코칭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나와 맞지 않는 성향을 불손한 태도로 치환하는 순간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식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무기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이 ‘너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상비평을 전하는 것인데 이건 그야말로 상호 간의 신뢰 자산을 깎아먹는 최악의 행동이다.
그런 측면에서 같은 세대를 어떠한 경향성이 있다고 싸잡아서 판단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일반화하는 것. 즉, 나이로 가르마를 타는 세대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각기 다른 수많은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것이다.
성별과 연령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별로 고객을 분류한 29cm의 접근 방법은 참신하다. 본인의 내면 성향과 가장 잘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3분간의 답변으로 진단한다.
깔끔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 사람들 속에 행복을 발견하는 소셜 옵티미스트, 내가 선택한 브랜드가 곧 나인 브랜드 열정가, 특별한 가치와 과정을 중시하는 밸류 쇼퍼, 새로운 아이템에 호기심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얼리버드, 신중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로열리스트, 유쾌한 문화생활 마니아 컬처팔로워, 넘치는 자신감으로 주목 받는 쇼잉 오퍼,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슬로우 라이프 시커 등 하나 하나 성향을 정의하는 분류 체계가 고객을 이해하려는 29cm의 철학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90년대생이 온다’를 여러 번 읽고 MZ 세대가 주로 쓰는 단어를 실생활에 활용해 본들 인식과 관점의 차이를 좁히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나이는 신체상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는 말로 정신승리를 해보더라도 간극을 메우는 게 쉽지 않다.
X세대가 결국 Z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향에 대한 관찰과 발견을 통해서다. 이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보다 취향(성향)을 존중하는 기본자세에서 출발한다면 조금 더 해답을 찾는 것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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