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운전면허를 취득했습니다. 당시 실기시험장은 시험차량을 어떤 것을 받느냐에 따라 당락운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첫번째 실기시험 때 운전대 상태가 안 좋은 차량을 배정 받아 T자에서 금 물었다고 떨어졌어요. 두번째 실기시험에서 모두 통과해서 면허증을 받았지요. 그후 택시기사님께 사례를 하고 도로연수를 받았습니다. 회전구간에서 핸들을 유연하게 돌리고 수동기어 변속을 위해 클러치 다루는 법, 오르막 언덕구간에서 정지 후 출발할 때 반클러치 사용하는 법 등. 이후 무슨 수동기어 자동차를 내게 줘도 스포츠카처럼 운전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구요.
미국 유학을 처음에는 Norman, OK에 있는 University of Oklahoma에서 행정학석사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차를 구매하기 전에 교포학생 차를 빌려 운전면허 시험을 봤는데, 첫 실기시험에서 낙방했습니다. 시험관이 four-way stop sign이 있는 곳에서 내가 failed to come to a full stop 했다는 트집을 잡았지요. 나는 분명 멈췄고 다른 lanes 교통상황을 확인 후 움직였는데, 판단력 빠르게 대처한 내 운전법을 rolling stop 즉 속도 줄였다가 속도 올린 운전법이라 생각했겠다 싶어서, 다음번 실기시험때는 stop sign에서 멈추고 이삼초 후 움직여서 실기 통과.
Tesla의 주행보조 프로그램인 FSD Beta는 full self-driving program이라고 하는데, stop sign이 있는 길에서 rolling stop을 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가 최근 여론에 밀려 그 기능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는 "Should cars drive like humans or robots? Tesla forces the question" 제목의 CNBC 기사이며, googling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능을 켜고 차에게 운전을 맡겼는데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범법행위를 하면 차주와 제작사 중 누가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할까요? 그로인해 사고가 나서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둘 중 누가 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까요? 세상이 발전하면서 대두되는 새로운 법적 쟁점 분야입니다.
추측하건데, Tesla는 FSD Beta에 탑재된 rolling stop 기능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기존의 법규 즉 "일단 멈춰"보다 더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선량한 관리자의 책임을 부담하는 경영자라면, 이러한 발전된 기술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요? 정말 그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으면 자율주행차 경우 rolling stop을 허용하자는 법개정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물론, 단속경찰 입장에서 보면 그 기능이 작동해서 rolling stop이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운전자가 rolling stop을 한 것인지 판단을 하기 어려워서 어떤 식의 법개정이 가능한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 같구요.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그 기능 작동 중 사고가 발생하여 대인, 대물 손해 배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관해 현재 법으로는 일단 운전자 과실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 운전자가 제품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상황이 되는 것이구요.
어쨌든 이런 문제를 보며, 기존 법체계와 부딪치는 기술이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인데, 기존 법체계와 부딪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소홀하면 회사에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음을 유념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에 충실한 경영자는 늘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면서 사업계획을 조정하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무법인(유한) 광장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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