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쪽 업계에 있어서..
저는 근무 7년 내내 출근이 늘 신났었었어요.
‘오늘은 어떤 색감의 작품이 나올까’, ‘새로 오신 신입 아티스트분과 같이 하면 얼마나 멋진게 나올까’, ‘잘가르쳐드리고 챙겨드려야지’ 하면서…
얼마전엔 으쌰으쌰해서 아주 큰 프로젝트도 잘 끝냈는데..
이제 출근이 즐겁지 않네요
우울하기만 해요.
동종업계 친구는 번아웃같다고 하더군요
작년연말에 크리스마스라서+프로젝트 잘 끝냈다고 유급휴가를 줬을 때도, 그저 방에 멍하니 누워만 있었어요.
휴가 받았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았어요.
예전처럼 ‘이 맛집에 가야지’, ‘저 동네가 예쁘다던데 여유롭게 풍경을 구경해야지’ 하는 게 다 사라졌거든요
중간관리자로써 열심히 일한 저와, 우리 팀원들 전부 며칠 푹 쉬다오라는 말을 듣자마자..
‘쉬는 날엔 뭘 해야하는거지? 원래 쌓아놨던 스케쥴대로 일이나 하는게 더 의미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팀원들은 ‘제주도 가고싶었는데 잘됐다!’, ‘나는 개봉하는 영화 다 몰아볼거야!’ 하고 기뻐하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지금도 우울합니다.
이젠 회사에 저라는 사람이 필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퇴사 생각까지 잠깐 들었었습니다.
그랬다가 작년보다 높아진 연봉 계약서를 보며 월세랑 카드값 현실을 직시하곤 다시 생각이 바뀌긴했지만ㅋㅋㅋ…….. 한심하죠….
주변 친구들은 필요하지않은 사람에게 왜 연봉을 올려줬겠냐며 위로해줘서 한결 괜찮아졌지만..
회사에서는 언젠가부터… 제가 신입분들 가르쳐드리려고 신입매뉴얼 파일을 요구해도 니가 그걸 받아서 뭐하게 라는 표정으로 ‘00씨께 줬어요~’ 하고…….
올해부터 제 영역이 아닌거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하하.. 근데 그런건 또 아니더라구요…..
저는 여기서 뭘 해야할까요
큰 프로젝트 할 적엔 여기저기서 저를 찾았었고, 열심히 열정을 불태우던 저라는 사람은
프로젝트가 끝나고나니, 그냥 바다 위에 둥둥 떠서 제 갈피 못잡는 해초 찌꺼기같습니다.
해초 찌꺼기를 누가 찾겠습니까.
주변에서 해준 조언대로 저 스스로 필요한 사람이라고 다독이지만 잘 안됩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은 다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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