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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생활이 괴로운 후배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

2021.11.26 | 조회수 4,354
저녁이있는삶
오랜만에 학교 선배를 만나 점심을 했다. 선배가 다니는 회사가 내 첫 직장 옆 건물이라 오랜만에 이 동네에 오니 첫 직장생활 생각이 났다. 첫 직장은 정부과제를 주로 하는 작은 컨설팅 회사였다. 컨설팅이라기보단 용역회사가 맞으려나. 솔직히 회사는 후졌지만 운 좋게 좋은 팀을 만났다. 합리적인 팀장, 친절한 동년배 1년 선배, 나 3명이서 과제 3~4개를 담당하면서 1년 간은 일 배우고 일 하면서 잘 다녔다. 하지만 회사는 비전도, 처우도, 업무체계도 엉망이었고 재무상태도 좋지 않았다. 내 돈으로 지출한 비용 기안을 퇴사 직전에나 처리해서 지급해줬으니 뭐. 그래서인지 직원들 근속년수가 정말 짧았다. 만 1.5년차에 보니 내가 근속연수로 중간쯤 되더라. 1년 선배가 먼저 퇴사. 그리고 몇 달 후 팀장이 퇴사. 그렇게 2년차가 되었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3명이서 하던 과제 3개를 고작 2년차가 혼자 하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과제 하나는 노답. 담당 임원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기 일 챙기기에 바빠 이 상황을 방치했고 나는 혼자 쌩고생을 했다. 오히려 내 과제 다 들고 다른 팀에 흡수되서 새 일도 받았다. 여기 있는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그렇듯이 나는 내 월급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과 책임감에 도와주는 사람도 답도 없는 일을 혼자 허우적댔다. 업무보조만 하던 2년 차가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나. 이슈가 터지고 일은 진척이 안 되고 삽질이 반복되었다.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부담감이 덮쳐왔다. 맡은 일을 해결할 길이 안 보이는 것, 업무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막막했다. 회사에는 내가 일을 해다 바칠 사람만 있었고 내 일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회사에 있는 게 힘들었다. 답 없는 일을 붙잡으며 야근하고 클라이언트와 씨름하는 데 지쳐갔다. 잠을 못 잤다. 내일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다. 밥맛이 없어 식사를 거의 못 했다. 전화기가 울리면 가슴이 답답했다. 회사에서 머리가 멍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일 생각이 머리에서 맴도는데 괴로운 감정만 일어나고 뭔가를 할 기운은 찾기 힘들었다. 어느 날은 사무실에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무작정 나와 병원 응급실에 갔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간신히 집에 돌아오니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 그 와중에 노트북을 켜고 꾸역꾸역 뭔가를 하다 말다 새벽까지 시간을 흘러 보냈다. 이 모든 게 처음이었다. 내 모습이 너무 생소하고 무서웠다. 내가 이렇게 나약하고 비관적인 사람이었나. 나 스스로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퇴근길에 정신과를 찾아갔다. 병원을 가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 정신과를 어떻게 알아보고 갈 수 있을까.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허름한 병원의 나이 지긋한 여의사분과 상담을 했다. 전형적인 우울과 불안 증세. 꽤 오래전이라 상담 내용이나 약 처방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아주 특별한 뭔가를 한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조금 심한 감기를 치료하는 듯한 기분. 이상하게도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연히 괴롭고 생소했던 감정이 우울과 불안이구나.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오고 치료도 하고 사는구나. 이렇게 내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이걸 해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지만 일의 상황은 그대로였고 내 상태도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뭐” 생각의 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그전까지는 막막한 일의 상황에 내 머릿속이 지배되는 느낌이었다. 일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 강박이었다. 생각을 달리 해보자. 회사도 임원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걸 2년 차가 해낼 수 있나? 그걸 해내야 하나? 일의 최종적인 책임은 회사가 지는 것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보고 안 되면 어쩌겠는가? 사람을 맘대로 자를 수 있나? 잘리면 또 어떤가? 내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 않나? 내가 막다른 길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훨씬 덜해졌다. 뭔가 해보려고 계속 매달리지 말자. 여기까지 해서 던져보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달린 시간 덕인지 혹은 단순한 우연인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회사가 괴롭다는 감정이 줄어들고 일할 여력이 생겨난다는 것. 먹고 자는 생활리듬도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맡았던 일의 일부는 완수하고 일부는 인수인계했다. 새로운 일도 받아서 완수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만 2년이 되는 시점에 이직을 했다. 대우와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처음에 좋은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잘 성장하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가 많아서 괴로워하는 후배님들을 종종 봅니다. 충분히 제 몫을 할 친구들인데 오직 경험이 없어서 자책하고 자신을 괴롭히더라고요. 싹수가 노란 사람은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 하고요. 그런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1. 그거 다 니 탓은 아니다. 2.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되는 만큼만 우선 해라. 3. 사람이든 일이든 회사가 힘들어서 퇴사할 생각까지 들면 이미 퇴사했다고 생각하고 좀 놓고 일하고 지내봐라. 4. 먹고 자는 게 맘대로 안 되면 집 가까운 정신과 가서 상담하고 약 처방 받아라. 별거 아니다. 혹시나 10년 전의 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 괜찮습니다. 좀 내려놓으면 여러 길이 보입니다.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기운 내세요. 인생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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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7
세금계산서
2021.11.26
BEST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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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뮤니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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