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7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세일즈)
남들보다 잘난건 없지만 성실과 직업의식 하나로 지금까지 현업에서 세일즈로 버티고 있습니다. 자식은 다 컸고요, 재정상황은 빚 없이 가족이 누울 조그만 집 한 채 있는 정도입니다 (저보다 사정이 어려운 분들도 계실텐데,, 미리 죄송합니다)
'업'의 특성상 항상 실적과 성과에 목 매면서 살아 왔어요. 3년 전에 오래 다니던 직장을 자의반 타의반 퇴직 하면서 인생 일막이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 자식이 아직 대학생이라서 딱 일 년만 더 하자 맘 먹고 이직했는데 하다 보니 3년이 넘게 또 지나갔습니다.
솔직히 아직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내 연차와 경험이 아직은 쓸모가 있다고 회사가 판단하고 있는거겠죠. 문제는 그 판단이 일 년이 갈지 한 달이 갈지 모른다는 겁니다. 실적에 대한 무한 책임에,,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리더(직책자)의 책임까지 더해져 늘 중압감에 시달렸고 지금은 x2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제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지다 보니 못난 얘기 같지만 아침에 눈뜨면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티지? 라는 마음이 먼저 드네요.
아직은 고 연봉을 받다보니 와이프는 틈만나면 절 치켜세워주는데 이것조차 압박으로 느껴져 솔직히 부담 스럽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이직 이후의 현실이 어떤지 잘 알고 있고요, 솔직히 제가 멀 좋아하는지 멀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딱히 플랜도 없으므로 자발적으로 그만둔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다는것을 압니다. 그런데 조만간 제가 필요 없어질 상황이 되서 타의로 퇴사를 하게 되면 제 자존감까지 다칠 듯하여 그게 더 싫은 느낌입니다 (내년 사업계획 outline을 보면 저보다 젊고 스마트한 리더가 적합하다 느껴져서 더 그렇네요)
제 상황은 몇 개월 더 다닌다고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거나, 몇 개월 월급 때문에 나락으로 빠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정점에 있을때 물러나서 제게 휴식과 함께 인생 2막을 찾을 시간을 주는것이 철없는 생각인 건지 확신이 없네요.
정답을 구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 혼자만의 고민을 어딘가에는 표현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더 크겠지요. 벌써 반 백 년 넘게 살았지만 인생이란게 여전히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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