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1세기. 대한민국. 그야말로 피로사회입니다. 쉬지않고 사람들은 일하고 대화하고, 무언가를 생산하고 토론하고, 즐기고 놀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저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1세기는 정말 편리한 시대입니다. 우리는 사실 먹은 마음과 돈만 있다면 뭐든지 손쉽게 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밤에 가지고 싶은게 있다면 내일눈뜨면 현관에 새벽 배송돼 있는 시대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만큼 행복하고 편안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소수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긴장하고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많이 배우고 생산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도시의 어둠이 내리면 아침에 낮에 밝게 웃으며 청계천에서 커피한잔내려서 활보하던 직장인들도, 밤의 고독과 번민에 사로잡히기 일쑤입니다.
친구와의 경쟁, 미래의 불안, 나는 열심히 하고 늘 잘해왔고 생산성이 낮지 않는데도 불안과 열등감이 이따끔씩 엄습합니다. 미디어 속의 비교대상은 재벌, 성공한 운동선수, 억대수입이 우스운 연예인들이죠.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아침에 낮에 인터넷망을 타고 업무 데이터들이 우리 뇌의 신경망을 괴롭혔다면, 이제 미디어 속의 동떨어지 셀럽, 환상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들이 우리의 뇌를 괴롭힙니다.
당신의 두뇌라는 컴퓨터는 그런 데이터들과 연산에 과부하가 걸려 녹초와 걸레가 되어 마른 나뭇잎짝처럼 소모되라고 만들어진 두뇌가 아닙니다. 자연을 느끼고 여백을 누리고 휴식하고 비워져 있고 그 안에 고요한 가운데 창조성이 나타나 새로운 영감과 창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존재하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오늘밤, 당신은 CPU를 끌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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