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제가 주5일 연봉4500 기존직장 vs 신 직장 주6일 연봉6000 이상 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보전직인데..... 같은 직종으로의 이직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주5일 연봉4500 기존직장을 권하셨는데
저는 주6일 연봉6200 직장으로 이직을 선택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1. 보전팀장으로 있었으나, 부품구매업체 선정 권한이 없었다. 사장 아들이 자기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업체면 아무리 가격좋고 품질 좋아도 대놓고 거래 끊으라고 했었다. 이 때문에 몇번이나 충돌이 있었고, 결국에는 눈 밖에 났었다. 비교견적에 업체규모 언급하면서 설득을 시도했었으나, 사장 아들은 능력이고 뭐고 필요없고 단순히 자기한테 손바닥 잘 비비는 사람들만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거래처 사장들한테 인사했을 때마다 사장 아들에 대한 험담이 빠지지 않았다.
2. 회사에서 유독 원가절감을 강조해서 보전부품 수리위주의 활동을 했었다. 고가부품도 수리해서 사업계획상 연 원가절감 금액인 2천만원을 상반기에 달성했으나, 사장도 반응없었고 아무도 관심없었다. 이 2천만원에는 구형설비 내 PLC개조를 통한 외주인건비 절감효과도 포함되어 있었다.
3. 무슨 개선하라고 강요는 X나게 하는데, 막상 개선비용 취합해서 품의올리면 비용문제 걸고 넘어져서 반려시키는게 많았다. 대부분 사장아들(부사장)이 사장(현 회장)눈치를 많이 본다.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그러면서 왜 개선안건 안 올리냐고 핀잔주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식으로 오니 아랫사람들이 허위보고하고 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만 잘넘기면 상관없다는 식이다.
4. 현장 텃세가 심했다. 입사초반부터 전 보전팀장과 비교질부터 시작해서 뭐 하나 해달라는거 안해주면 '전 팀장은 해줬는데 왜 당신은 안해주냐?'라고 나한테 따지고 들었다. 그것도 현장관리자가 아닌 일개 작업자가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럴거면 그사람한테 전화해서 해달라고 하지, 왜 나한테 시비걸고 X랄이냐' 한마디 했더니 그 이후부터 현장 사람들이 나를 피해다녔다. 텃세가 심하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자기보다 만만하게 보이면 목소리 크게 하고 개무시하고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높아 보이면 상대도 안하는 것이다. 특히 아줌마들이 설쳐대서 현장관리자 행세를 하고 다닌다. 현장 관리자들은 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생각없이 일을 해서 회사가 덩치만 크고 실속은 하나도 없었다.
5. 주5일 이었지만, 은근히 공휴일 출근 강요하고 심지어는 일요일 특근대응도 강요했다. 그렇다고 특근에 대한 보상은 일절 없었던게, 근로계약상에 포괄임금제라고 못박고 근로시간 이외 근로에 대해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라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말만 주5일이고 실상은 이런저런 핑계로 사람 피곤하게 만들었다.
6. 설비가 NC장비,범용연마기 포함해서 250대가 넘었고 하루 평균 고장이 10건 정도 발생했다. 보전종사자 분은 아시겠지만, 노후 장비가 많음에 비례해서 보전업무 강도도 증가한다. 설비 종류가 1~2종이면 비빌만 한데, 자주 안 접하는 연마기, 호빙기, 브로칭 같은거 있는 곳이면 수리노하우 익힐 때까지는 고생만 한다. 다행히도 나는 절삭가공기는 5축 가공기 제외하고 어지간한 설비는 다 다뤄서 문제 없었으나, 팀원들이 호빙기나 연마기 문제 생겼다 하면 모르니까 기피해서 그런 문제들이 모두 나한테 넘어왔다. 개중에는 A/S 안되는 일제 중고장비들이 많아서 문제 생길 때마다 항상 1일 이상 붙들기 일쑤였다. 매뉴얼없는 장비들이 많아서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
7. 팀장되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 또한 중요하다. 입사 당시 팀원3명이었는데, 그 중 2명은 50대 어르신이었다. 한분은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정년 다되간다고 시킨일 외에는 안하는 사람이었고(그것도 제작부분만), 한분은 섬유업계 보전출신이라 자동차부품 절삭가공기와는 거리가 멀었는데다가 전기관련 지식도 부족한 주제에 결선을 아무렇게나 연결해서 PLC나 서보앰프 등을 태워먹는 사고를 쳐서 수습하기 바빴다. 이 두사람이 뭐 물건 사오라고 시켰는데, 나는 '당신들이 사세요' 라고 해서 밑의 어린친구가 사오곤 했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5살 어린친구 한명이 있었는데, 초반에 나를 그렇게도 견제해서 멱살잡이까지 갈 뻔했었다. 기본 머리는 좋은데 자기개발 안해서 6년차인데도 일하는거 보면 3년차 수준이고, 수리후 마무리가 안되서 똥치우고 다니느라 바빴다. 몇번이나 말을 해줘도 말만 잘하고 달라지는게 없어서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는 이제 서른 넘어가니 자기 후임 들어오면 뭘 가르키고 해야되니 좀 공부하라고 말한 적 있었는데, 자기는 밑의사람한테 뭐 가르키는 거 힘들어서 자기 윗사람만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포기했다. 그때 내 결정이 정신건강이 몇배나 좋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8. 회사 자체가 노인쉰내가 풀풀 난다. 평균연령 40대후반~50대에, 오래있던 팀장급 대부분이 50대다. 그리고 암만 실적 올려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고 인정 안하는 대신, 암만 개판치고 사고쳐도 짤리는 인간 한명 못봤다. 이건 가늘고 길게가는 지향인 사람들에게는 메리트가 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내게는 지옥이었다. 그리고 옛날 지식으로 우기는 꼰대들이 많아서 일하는데 충돌이 잦은데다가, 자기 과실은 철저히 감추거나 아랫사람에게 덤터기 씌워서 살기 바쁜 분위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동적이고 의욕없고 머리에 든 게 없다. 대화하다 보면 내가 속 터져서 미칠 지경이었다.
9. 마지막으로 대표이사 친인척들이 회사를 좌지우지 한다. 대표이사는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격되었는데, 200명 이상 연매출 400억 이상 대표이사도 여러 눈치가 있어 회장 타이틀을 함부로 달지 않는데도 이곳은 그냥 내가 회장이다 한다. 사장 친척2명, 사장 아들, 사장 아들 친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뭐 개선하고 업체 거래하는건 무조건 이사람들 거치지 않으면 괘씸죄로 낙인찍혀 퇴사 직전까지 괴롭다. 그리고 이사람들 마음에 안들면 아무리 능력좋고 인품좋아도 결국엔 무고한 사람 바보되서 나간다. 그냥 봉사,벙어리,귀머거리 3대 원칙으로 회사생활 해야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직해서 현재 3주차 접어들고 있는데, 전 직장과 비교해보니 나은점이 더 많았습니다.
- 높아진 연봉과 직급
전 직장은 과장/팀장급이면 지금 직장은 차장/기술파트장 급입니다. 파트장이 팁장급과 동급으로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1. 분위기
회사가 과도기에 더 성장하려고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오니 대부분 근속연수가 비슷하고 연령대도 비슷해서 서로 친해지기 쉬웠다. 소통도 잘되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있어서 더운날에도 불쾌지수 영향을 덜 받았다. 사무관리직은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는 분위기여서 힘들더라도 좀 참고 해주려는 마음이 생긴다.
면접때 기획부장과 이사와 면접을 봤었는데, 정말 인재 모시듯이 하는 부분도 그렇고 가공설비는 오래 되었지만, 일하는 사람들 얼굴이 밝고 생기가 있어서 힘들어 보이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라고 판단되어 입사했는데, 다행히도 내 판단은 틀리지는 않았다.
2. 대표 마인드
대표이사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회사가 과도기라 부족한게 많은건 사실이었지만, 최근에 사무실 리모델링한 이후로 분위기 개선부터 직원 복지까지 중소기업이지만, 뭔가 해주고 싶은 것은 한도 내에서 해주려는 것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과도기라 불안정하지만, 이대로만 좋은 의지를 계속 유지하고 다들 하나가 되서 열심히 한다면 중견기업까지는 갈 수 있을 미래가 보였다.
3. 현장 분위기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줌마들 일절 없었다. 난 이런 부분이 좋의 이유가 아줌마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별거 아닌거에 떼쓰는거 많고, 이런거 안해주면 고의로 악의적 소문내서 사람 바보 만드는 일이 종종 있었다. 기계는 대부분 고객사로부터 오래된 중고설비 매입으로 손볼게 태산이었지만, 이건 반대로 보면 노는 모습 안 보이니 내 직장수명이 오래간다는 의미였다. 설비 종류도 수직선반과 MCT로 한정되어 있어서 고장률도 적고 그만큼 관리하기 수월했다. 현장 작업자들이 대부분 중국계 외노자지만 협조적인 편이고 수리 다해놓으면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이라도 한다. 전 직장보다 나은 분위기였다.
4. 업무적 성과 인정
사람들이 나를 너무 잘 봐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 기계 설치시운전 했을 때 갔던 모 업체가 지금 몸담는 직장의 고객사니, 자연스럽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고장났을 때 빨리 수리하고 복구해서 나 입사 전후 비교해서 가동률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심지어는 대표이사 입에서 '저 친구 입사 후에 비가동 손실비용이 1천만원 절감되었다' 라고 좋아하셨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확실한 건 같은 시간 비교대비 생산량이 증가되었다니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알아서 대응하니 대표이사와 윗분들이 정말 좋아했다.
5. 할땐 하고 놀땐 노는 분위기
일할 때는 바짝 하고 끝내서 놀 때는 정말 신나게 노는데, 그 노는게 밤까지 갈 때가 많다. 그러나 그만큼 단합대회(스타 게임대회) 같은 것도 해서 상품도 지급하는 등의 분위기 개선에 많이 노력한다. 전 직장과는 정말 대조되는 분위기였다.
6. 일할 때 전폭적인 지원
이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어느 직장이든 일할 때 지원이 전혀 없다면 정말 스트레스 받는데, 내가 일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윗선에서 적극적으로 해줘서 좋았다. '좋은 공구를 사용하면 좋은 성과를 낸다' 라고 대표이사부터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지원받은만큼 많은 성과를 냈고, 가동률을 항상 최대로 유지해서 서로가 기분좋게 일할 수 있었다.
7. 회의를 통한 소통
다르게 생각하면 귀찮은 부분이긴 하지만, 무슨 이슈 발생할 때마다 관리자들 빠짐없이 다 모여서 이슈에 대한 내용 공유 및 대책회의를 한다. 이게 보고성 회의가 이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는 회의라, 회의에 대한 지루함이 덜했다.
지금 직장으로 이직해서 전 직장보다 연봉적으로 대우적으로 좋아졌고, 주6일에 정시퇴근이 좀 힘들긴 하지만 회사 분위기가 좋아서 그렇게 힘들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관리 설비도 전 직장 비교해서 반 이하에 설비 종류도 적어서 관리가 수월하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주5일이 낫다', '직장 있는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라' 등의 다른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직장이 없으면 '월급 얼마라도 좋으니까 취업했으면' 하고, 취업해서 일하다 보면 '돈 많이 주고 편한 직장으로 이직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드는 게 사람 심리죠. 현 직장 가는 것도 정말 우연찮게 올라온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입사지원한 지 30분만에 면접 제의가 왔고 '우리는 기술직 우대합니다' 하는게 연봉 대우나 직급 대우로 눈에 보여서 바로 이직을 결심했었습니다.
주5일 연봉 4500과 주6일 6200을 실질적인 근로일수 열거해서 비교해보면 차이가 얼마 안될 수도 있는데, x차반 취급당하고 주5일 하느니, 주6일이라도 기술자 우대받고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글에 여러 댓글로 조언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 직장으로 이직하였습니다
2021.08.01 | 조회수 2,147
동방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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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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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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