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분리수거해야 돼서 먼저 퇴근할게요"
"오늘 운동해야 돼서 먼저 퇴근할게요"
"오늘 투표하러 가야 돼서 먼저 퇴근할게요"
"제 부사수는 오늘도 이렇게 칼퇴근을 하네요. 제가 매일 야근하는 걸 아는데도 그냥 남의 일보듯 해요. 하루는 '나 매일같이 야근하는 거 몰라요? 같이 야근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친구 약속 있다고 7시도 되기 전에 피씨 끄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라고 정색했는데 그 순간뿐이더라고요"
상담자 : "칼퇴근은 당연한 거라 뭐라 할 건 아닌데 선배에게 빈말이라도 좀 도와드릴 거 없냐고 하면 좋은데 아쉽네요"
"나이가 저보다 세 살 정도 많은데 공시 생활을 하다가 첫 입사해서 그런지 눈치, 염치가 없어요. 또 한 번은 우리 팀장님과 부장님이 11시부터 오후 12시 넘어서까지 업체 미팅을 하셨어요. 그래서 팀장님이 그 부하직원에게 주차권 등록을 해달라고 했더니 '왜 점심시간에 일 시키느냐'라는 식으로 대답하더라고요"
상담자 : "아, 밥도 못 먹고 일한 선배들이 듣기에 좀 짜증 났겠어요"
"한 번은 제가 연차로 가족여행 중이었는데 저에게 회사로 와서 법인카드 주고 가라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연차의 뜻을 모르나.."
상담자 : "아.. 남자끼리 만약 그랬다면 사이가 조금 어색해질 수도 있는데
("아니 내가 너 씨다바리야? 지금 연차로 여행 온 사람더러 뭐?! 법카 하나 너한테 대령하러 기어 나오라고? 야!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너 점심시간에 쉴 때 주차권 하나 준비하는 것도 싫어하면서, 만약 너 쉴 때 법카 가지고 대령하라고 하면 너는 나오고 싶냐?"라고 하세요)
같은 여자끼리라서 많이 편한가봐요.
"저에게 업무가 너무 집중되어 있어요. 팀장님도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아셨고요"
상담자 : "팀장님에게 방치하지 말고 좀 도와달라고 해보세요"
"도와달라 하기에는 부사수와 저의 사건 하나하나를 모르시니 얘기해봤자 제가 다 일러바치는 게 되니까.. 좀 곤란해지지 않을까요?"
상담자 : "아.. 부사수를 위하는 마음이 엄청나시군요"
"아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데 또 일 알려주면 하려고는 하는데 기억력이 극도로 안 좋아요. 근무태도가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상담자 : "일 리스트를 같이 적어보고 매일 팀으로서 같이 뭐를 해야 하는지 관리를 해주자고요. 그리고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게 하자고요"
"저 불러서 질문하는 건 엄청 잘해요. 자기 자리에서 봐달라고 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해요"
상담자 : ('나 바쁘니까 나한테 직접 가져와서 물어봐!'라고 하세요)"직접 자리에 가주는 거보다는 같이 할 일 리스트를 짜고 매일 같이 부사수랑 챙기는 게 진정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아 그렇네요. 제가 이상하게 배려했네요"
상담자 : "부사수랑 같이 할 거 정리해서 매일 아침 자체 회의를 통해 일을 나눠 보세요. 같이 한배를 탔다는 걸 인식시켜주자고요"
"맞아요. 말씀하신 게 가장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건데, 저부터가 지금 업무를 분장하고 인계해 줄 여력이 안돼요. 시간을 더 내서라도 해볼게요"
상담자 : "네,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부터 갖는 게 제일 급선무에요. 저도 예전에 바빴을 때 업무 분배하고 위임할 것들 정리 안 하다 보니 매일 이런 정신없는 하루가 반복되더라고요. 당장 시간이 조금 걸려도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해요"
부사수라고 해서 무조건 선배들보다 늦게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거라 생각해요. 월급 더 많이 받는 선배들이 일을 더 많이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후배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이 상황에서는 가장 급한 거 같아요.
후배에게 무시당하기 싫은가요? 후배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이고 싶나요? 후배가 말을 잘 안 듣나요? 단순히 회사에서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후배를 힘으로 누르려 한다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겠죠. 힘으로 쭉 누르고 싶다고요? 이종 격투기 배우고 헬스장 가서 덩치를 키워서 힘으로 후배를 눌러버리겠다고요? 이런 생각은 현명하지 못하잖아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잘 설명해 줄 수 있고 실제로 성과를 내는 선배!
후배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선배!
도움을 주는 선배!
여기에 더욱 집중한다면 저절로 따르고 싶은 선배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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