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리멤버와 협의하여 출간도서 '밥벌이의 이로움'의 일부를 발췌 재정리하여 연재하는 글 입니다.📌
"자네는 회사 돈은 누구 돈이라고 생각하고 쓰나?"
결재를 하시던 상무님은 갑자기 나에게 물어보셨다.
"회사 돈은 당연히 회사 돈 이라고 생각하고 씁니다."
그러자 상무님은 불같이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다.
"그러니깐 아무데나 대충 막 쓰는 것 아니야? 당신 돈이라고 생각하고 아껴 쓰라고!"
상무님께서는 본인의 호통이 꽤나 마음에 드셨는지 입꼬리를 살짝 올리시고 흡족해 하며 죽죽 결재를 하신다. 결재가 끝날 때 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장님 그런데 저는 회사 돈이라서 아껴 쓰는데요."
"자네 돈이 아니고 회사 돈이면 막 쓰게 되지, 왜 아껴 쓰나?"
"오히려 반대죠. 회사 돈 인데 어떻게 막 씁니까?"
"그럼 자네는 자네 돈을 막 쓰나?"
"제 돈 이면 제가 쓰고 싶은 곳에 마음 편하게 쓰겠죠. 그런데 회사 돈은 제 돈이 아니니깐 한푼을 써도 불편합니다. 회사 돈을 제 돈처럼 쓰면 횡령이죠"
상반된 대화가 계속되자 결국 상무님께서는 소리를 치셨다.
"진짜 말이 안 통하는 친구구만! 아니 그러니깐 내 말은(후략)"
상무님의 유행어인 "아니 그러니깐 내 말은" 으로 이어지는 후렴이 시작되면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그때부터는 말이 말의 꼬리를 물고 돌고 돌아서 돌아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그 후렴구 이후에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무한루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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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회사 돈을 자신의 돈처럼 쓰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첫 번째는 내 돈처럼 편하게 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법인카드로 마트에서 반찬거리도 사고, 동창 친구들과 술도 편하게 마신다. 접대비를 이용한 축의금 명목으로 주말이면 꼬박꼬박 현금도 챙겨가고, 여기저기 축하 난초를 보내서 성공한 친구가 많은 것처럼 으스대는 것을 즐긴다.
이렇게 행동하는 자들의 행동 근거는 본인이 곧 회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을 위한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며, 본인을 위해 회사도 본인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회사의 그 누구도 그들에게 그렇게 돈을 쓰라고 승인한 적은 없다. 단지 걸리지 않아서 모르고 있을 뿐이다. 착각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곧 불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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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내 돈처럼 아예 회사 돈을 안 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팀 회식 비용을 팀원들에게 부담시킨다. 업무를 위해 구매를 하는 제품은 무조건 최저가를 좋아하며 모든 것에 대해서 원가를 따진다. 예를 들어 가격 100만원이라면 원가를 따지고 원가에 맞춰 가격을 깎는다. 중간에 들어간 노력과 시간의 가치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제품을 구매할 때 마다 최저가와 원가를 따진다면 제품의 품질은 계속 하락하며, 안정적인 공급처가 없어질 것이다. 또한 구매할 때마다 새로운 업체와 최저가를 따져야 하므로 회사의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는 역효과가 나온다.
가장 곤란한 상황은 그런 사람들이 컨설팅과 같은 지식, 경험 서비스를 제공 받았을 때다. 무형 상품은 제조 원가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있는 힘껏 계속 가격을 깍고, 결국 공급자는 엉망인 컨설팅 결과를 준다. 이러한 결과를 받고 나서는 결국 업체가 실력이 없었다고 욕하며 본인은 회사 돈을 아꼈으니 잘한 것이라며 뿌듯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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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을 쉽게 쓰는 첫 번째 부류는 한 개인의 낭비로 회사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금액이 많지 않고, 발각되기도 쉽기 때문에 회사의 손실은 단편적이다. 그러나 회사 돈을 적합하게 쓰지 않는 두 번째 부류는 돈을 아끼는 것이 회사의 이익처럼 보이고, 이것이 본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각이 쉽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은 첫 번째 부류의 사람보다 보다 더욱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그들로 인하여 회사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잃게 되며, 회사에 충성하던 직원들은 그 사람 때문에 떠나게 된다.
첫 번째 부류는 본인만 나가면 문제가 해결이 된다. 하지만 두 번째 부류는 주위 직원이 다 나가고 그 사람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이것은 회사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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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은 업무의 목적에 맞게, 필요한 시점에 맞게, 예산의 범위에 맞게 회사 돈처럼 맞게 써야 한다. 목적, 시점, 범위 이 삼박자가 맞는 상황에서 회사 돈을 쓴다면 그것은 비용이 아닌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떻게든 쥐어짜서 뭐든 싸게 하려고 고민하는 시간에 차라리 이익을 더 내기 위한 시간을 투자하면 모두가 행복하다.
회사는 돈 벌려고 모인 곳이지, 돈 아끼려고 모인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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