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둘이 하는데 왜 가족이 셋이죠?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의 직장인이며, 여자친구와는 대학 시절부터 700일 넘게 연애를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함께 동거 중입니다.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하지만, 최근에는 여자친구 가족 문제로 인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은 과거 자영업을 하셨는데, 코로나 이후 사업이 무너지면서 상당한 빚이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일하시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무직 상태입니다. 몇 번 일자리를 구해보셨지만, 직장 내 갈등으로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셨고, 최근엔 신용불량자가 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현재는 휴대폰 개통도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상황 자체보다도, 여자친구 어머님의 ‘행동 방식’입니다. 딸에게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의존하면서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데이트 중에도 여자친구의 위치나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때로는 저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딸이 이렇게 하도록 설득해달라”는 식의 요구까지 하십니다. 저는 자식을 인격적인 존재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통제 아래 둬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시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여자친구도 감정적인 갈등 상황에서 자주 무너지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의견이 안 맞을 때는 삐지거나 토할 정도로 몸까지 힘들어지고, 결국 제가 상황을 수습하고 양보하게 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연애 초기에는 그런 모습조차 안쓰럽고 챙겨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제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여자친구 부모님이 키우는 강아지를 저희가 돌봐줄 수 없겠냐는 부탁이 있었고, 저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런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점점 더 깊숙이 끌려 들어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많이 속상해했고, 결국 ‘이번 한 번만’이라는 조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는 주말에 제 차를 빌려서 장을 보겠다는 말까지 나왔고, 점점 선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가족 문제와 정서적 반응이 반복되었을 때, 내가 이 관계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결혼 후에도 이런 방식이 계속된다면, 저는 점점 더 지쳐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 결혼 후 빚 관련 부탁까지 할까봐 무섭습니다. )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 계실까요?
또는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놓치고 있는 관점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