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소처럼 일할까.
왜 못마땅한 부분을 바꾸고 싶어할까.
6시 땡치면 칼퇴하는 팀원들 수두룩 빽빽인데 나도 그냥 눈감고 귀닫고 월급만 받아가면 되는데.
치워야 할 똥들이 눈에 막 보이는데 그걸 지나치지 못하겠다.
남들처럼 그 똥이 나에게만 안오길 바라며 나도 묻어두면 되는데.
왜 미래에 재수없이 똥을 밟을 그 사람을 위해
시스템을 고치고 싶을까.
문제가 될 부분을 왜 자꾸 예방하고 싶을까.
내 성격은 왜 이럴까.
제가 좀 볼까요? 하는순간 다 나의 일이 되어버리는거 몇번 당해봤는데.
이제는 먼저 퇴근하는 놈들이 현명한 놈들이라는걸 마음으로는 아는데.
고생할 그 누군가를 위해 시스템을 고치고 싶다.
내가 야근해서 만들어놓은건 순전히 나의 자기만족일 뿐.
남들은 알아주지도 않는다.
혼자 지쳐 떨어질 성격을 가진 것 같다.
근데 지나치질 못하겠다.
어떻게 해야 그냥 나도 덮어둘 수 있을까.
그러면서 왜 또 모든걸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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