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입니다. 일에 감정을 담으면 안 된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 수없이 되뇌입니만 그게 잘 되지 않아요.
다른 분들은 일에 감정이 섞일 것만 같을 때 이를 어떤 식으로 차단하고 계시는지, 어떻게 해야 평정심을 유지하며 업무를 볼 수 있는지, 그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제 상황에 대해 몇 자 더 적어 보자면... 하나의 사안에 너무 깊이 매몰되고, 그로 인한 감정이 은연중에 겉으로 드러납니다. 소리를 지르며 안하무인으로 구는 건 아니나, 표정이 심하게 굳어 버립니다. 그때 그때 털어 버려야 하는데, 14시에 터진 이슈 때문에 퇴근할 때까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편이에요.
고치려고 노력 중이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안 되겠다 싶으면 아예 마스크를 써 버리는데, 표정은 어느 정도 가려지나 목소리와 말투로 '저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라는 티가 나더라고요.
(예를 들어, 평소에는 업무 지시를 할 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는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요청'을 한다면,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는 "~해 주세요."라고 지시하는 말투를 쓰는 식입니다. 톤도 낮아지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기분이 다운되어 있을 때 팀원들이 은근히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편히 질문했을만 한 내용인데도, "잠깐 시간 괜찮으시다면~" 또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ㅇㅇ 건으로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라며 사족을 붙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로 바로 털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 있는가 하면, 나처럼 좀 오래 끌어안고 있는 사람도 있는 거지. 기분 나쁘다고 괜한 트집 잡아서 다른 사람들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내가 인간이지 로봇인가. 차츰 고쳐 나가야지.'라며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오늘 한 친구가 저한테 "무슨 일 있으셨어요, 대리님? 목소리가 안 좋으셔서요."라고 하더라고요. 나름 숨긴다고 숨긴 건데 말이지요...
놀라서 그렇게 티 나냐고 물어 보니까 "원래는 톤이 더 높고 (좋은 의미로) 감정 담아서 말씀하시잖아요.* 그런데 조금 전에 A 씨랑 대화하실 땐 낮은 톤으로 건조하게 지시 사항만 딱딱 전달하셔서 눈치챘어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팀원들이 나이차 많이 나는 막내동생 또래입니다. 그래서 예뻐라 하는 편이고, 본인들도 제가 자기들 예뻐하는 걸 너무 잘 알아요....ㅎㅠㅠ)
어쩐지 장난기 많은 A가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정중한 태도로 질문을 하고, 나중에는 이것 좀 드셔 보라며 사탕을 한가득 쥐여 주고 돌아가더니만...ㅠㅠ
내 감정 하나 못 다스려서 아랫사람이 눈치 보게 만들었구나, 나름 감춘다고 감춘 건데 다 드러났구나, 싶어서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여러분께서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어떻게 하면 바로 바로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을까요? 부디 고견 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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