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일반화 시키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빠르면 5년 정도 아니면 보통 10년 내외의 업계나 직무 경력이 쌓이면 작건 크건 한 조직의 리더로서 자리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더.... 예전에는 참 쉽게 느껴졌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리더'라는 의미가 더 무겁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리더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글과 만남을 통해 얼마나 많은 내용이 바뀌고 있는지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예전에는 그저 지시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확고해지는 지금의 결론은 '방향성 제시와 의사결정'이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많은 분들께서 동의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만나 본 리더 중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열심히 보고서를 만들어 인쇄해서 들고 들어가면 쓰~윽 한번 보시고 나서는 갑자기 펜을 꺼냅니다. 그 후에는 오탈자에 표시하기 시작합니다.
"보고서인데 오탈자가 있네? 이걸 나더러 읽으라고?"
헐...중꺾마도 아니고.... 맥빠지고 의욕도 없어집니다. 그분에게 중요한 건 보고서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편한가가 중요했습니다.
사업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실제 사업 환경을 분석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아래 실무진의 몫이라고 해도 어떤 목적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최소한 개념이라도 제시하는 역할은 그 조직의 리더여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방향성'은 일종의 울타리와 같습니다. 방향이 명확하다면 그 범위를 넘어서서 엉뚱한 계획을 수립할 확률은 그만큼 작아집니다. 그것이 없이 그저 부하직원들이 써 놓은 계획서를 가지고 조금 더 구체화시키라고 지시하고 전략을 좀 더 고민해 봐라고 하는 건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더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고 생각도 모르겠는데 좋은 전략,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거라 생각하는 건 그냥 식당 가서 "맛있는 거 시켜, 더 맛있는 거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부하직원이 대놓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네, 물론 사업의 전략적 목표 (매출, 시장 점유율 목표 설정 등)를 정하기 위한 보고서를 쓰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그것조차도 방향 설정은 핵심 요소입니다.
더군다나 요즘 젊은 직원들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납득과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데, 과연 제대로 일이 추진이 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처음부터 "난 잘 모르겠으니, 여러분이 고민해서 가져와 주세요"라고 '모름'을 인정하고 가시는 게 부하직원들을 더 편하게 해주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더로서 권위가 세워지는 건 잘 못된 방향이라 하더라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생긴다고 믿습니다. 어설프게 "난 결정하는 사람이니까", "아래서 알아서 잘 해오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다시 한번 리더라는 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방향성도 구름 잡듯 이야기하지 말고 최대한 송곳처럼 뾰족하게 구체적이고 정확히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렵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리더라는 자리가 어렵고, 어려우니 회사에서 리더로 앉혀 회사를 대표해 고민해 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점점 다른 산으로 갑니다. "어? 이 산이 아닌데 왜 여기로 왔어? 제대로 방향 잡았던 거 맞나?" 리더 입에서 스스로 이런 말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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