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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2023.03.11 | 조회수 1,172
스테르담
"호모 파베르" 도구의 인간을 말한다. 인류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지나 직장인이 되어 엑셀과 파워포인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과연 회사는 돌아갈까란 생각이다. 단언컨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직장인은 그것들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인은 그것들과 하루 종일 씨름한다. 파워포인트로 격식을 맞춰 보고서를 만들다 보면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정작 해야 하는 일은 뒷전인 채로.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엑셀 수식과 씨름하다 보면, '효율'보단 '집착'이란 단어에 더 가까워진다. 그냥 수식 없이 매뉴얼로 하면 10분에 끝날 것을 수식과 씨름하며 30분을 소비한다. 그러다 결국 그것을 못 알아내어 다시 매뉴얼로 하다 보면, 이런. 40분을 소비하는 것이다. 직장엔 '엑신'이란 말이 있다. '엑셀의 신'이란 뜻이다. 통상 '엑신'은 일을 잘한다라고 통칭된다. 엑신이라 불리기 위해선, 마우스 없이 단축키로 현란하게 엑셀을 다뤄야 한다. 더불어, 어떤 수식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 상황에 맞춰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한다. '엑신'옆에 있다 보면, 영혼을 다해 피아노를 치는 베토벤이 보이고 자판의 소리는 어느새 멜로디가 되어 귓가를 울릴 정도다. "어? 난 분명히 제대로 했는데?" 어느 날 수식에 오류가 생겨 '엑신'을 찾아갔다. 나름 어려운 수식을 이리저리 버무려 아주 효율적인 마스터 파일을 만들 참이었다. 조건 하나만 바꾸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이게 참 무섭다. 업무에서도 한탕주의는 유효하다.) 엑신은 내 파일을 유심히 봤다. 아주 단순하지는 않은지, 이리저리 수식을 돌아보더니 몇 분이 지나서야 오류를 찾아냈다. 여기 이곳이 잘못되었다며 가까이 와서 보란다. 그리고는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린다. "제대로 했다며? 이거 봐. 여기가 틀렸잖아. 엑셀은 거짓말 안 해!"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다. 엑셀은 거짓말 안 한다. 내가 넣은 값으로, 데이터는 돌아가고 그 결과 값을 오롯하게 뱉어낸다. 부하가 걸리면 갑자기 사라지거나 멈추면 멈췄지, 거짓말하는 친구는 정녕코 아닌 게 맞다. 어쩌면 직장에서 가장 정직한 존재. 그러니, 그 고결한 정직의 아이콘이 에러라고 말한다면 마음을 겸손하게, 그리고 조신하게 나를 돌아보는 게 맞는 것이다. 때때로 맞이하는 '에러코드'에 고마워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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