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점의 특징 중 하나가 식탁에 불판이 있는 것입니다. 즉석에서 조리해서 바로 먹는 장점은 있으나 담당할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직장에서 '회식'하면 '삼겹살에 소주'를 떠올릴 정도였기에 삼겹살 굽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주로 눈치껏 막내들이 나서곤 했는데, 태워서 꾸사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요즘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어서 아무도 집게를 짚어 들지 않는 세태를 풍자한 코미디 코너가 있더군요. (쿠팡 플레이 SNL 'MZ 오피스')
저는 조직 생활 중에 회식의 방식을 이렇게 바꿔 봤습니다.
1. 회식하려는 다음 달 2개 주를 알립니다. 가령 지금이라면 3월 둘째 주, 셋째 주이지요.
2. 직원들은 협의해서 전원 참석이 가능한 날짜 두세 개를 말합니다. 그중 한 날을 잡습니다.
3. 메뉴와 식당 예약은 전적으로 직원 재량에 맡깁니다. 혹여 제가 선호하지 않는 메뉴로 정해도 군말 없이 가고 잘 먹는 척합니다.
4. 회식 시작 시각과 끝나는 시간을 정해 알립니다. 대략 20시 30분이 끝나는 시간입니다.
5. 제가 주관하는 회식에는 세 가지가 없습니다. 건배사, 술 권유, 일 얘기
6. 회식이 끝나고도 한 잔 더 생각 있는 직원들에게 카드를 주고 저는 빠집니다.
이렇게 했더니 적어도 회식에 거부감을 표하진 않더군요.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직원들이 고기 굽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고기로 정해져도 식당은 꼭 구워주는 곳으로 정하더라고요. 아마도 고기를 태우거나 잘못 구워서 핀잔을 들었을 겁니다. 솔직히 고기 굽는 걸 보고 있는 저도 조마조마 할 때가 여러 번이었습니다.
요즘은 회식과 관련해서 많은 변화가 있는 듯 합니다. 코로나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횟수가 많이 줄었죠. 또한 저녁 시간에는 개인 생활을 하려는 요구가 많아지니 점심 식사로 대체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빈도가 줄어든 만큼 회식비를 몰아서, 개인 돈으로 가기 어려운 유명 식당을 찾는 경우도 있더군요. 이렇게 달라진 회식 문화를 생각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회식은 직원 간의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회의나 면담 같은 공식적 소통의 자리는 회사에서 하고, 여유 있는 상태로 회식은 비공식적 소통의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뀐 시대, 바뀐 세대에 맞게 회식 역시 변화를 모색해서 원활한 소통을 돕는 수단으로 역할 하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1. 꼭 술이나 식사가 매개일 필요는 없다
실험적으로 영화나 연극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회식비 처리 문제로 회계팀과 싸움이 있었으나) 새로운 경험을 함께했다는 기억을 갖게 됐지요.
2. 직원들이 회식을 무작정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모여서 식사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끌려다니는 걸 싫어하는 것입니다. 술을 강요하고, 먹기 싫은 안주를 먹어가며, 상사의 일장 훈시를 꺼리는 것이지요.
3. 모임 아이디어는 직원이 가지고 있다
새로운 회식을 생각한다면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파티를 보면 달라진 모임 형식에 대해선 리더보다 많은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딱딱한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새로운 경험을 함께 가질 기회로 삼는다면 회식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리더의 결심이 먼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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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24년 직장 생활, 14년 리더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7쇄)을, 2021년 4월에 <팀장으로 산다는 건 2>(2쇄)를 2022년 7월에 출간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CJ대한통운, 현대해상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다. SK E&S, LG에너지솔루션, 한라 그룹 등에서 리더십 코칭을 수행했다. '리더십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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