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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눈의 광인이 이어폰을 끼는 이유

2023.02.06 | 조회수 2,078
이재현
프리랜서 활동
사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쳐서 뭉뚱그레 퉁친다음에 ‘세대’를 들이미는 방식의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 변화가 매우 빠르게 오기 때문에 블러리해서 비슷해보일 뿐이다. 한국은 매우 압축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이 가나만큼 못살던 시대를 경험했던 세대, 군부독재를 경험한 세대가 이제 선진화된 나라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와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태의 근본적인 맥락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으며 몸이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기존 세대가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적절히 번역하고 설명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빠른 것이다. 기존 세대가 사회에서 퇴장하고 새로운 세대가 자리를 차지하려면 자연사로 인한 세대교체가 필요한데 고령화로 인해 그렇게도 하지 못하고. 맑은눈의 광인이 이어폰을 끼는 이유는 사실 그렇게 어렵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다. 맥루한의 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다. ‘미디어가 메시지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인간관계의 비중 중 디지털 관계의 비중이 높을수록, 뇌가 관계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소 달라진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란 이제 팔로우하고 스트리밍했다가 안맞으면 언팔로우하는, ‘스쳐가는 관계’인 것이다. 확실히 말하지만 이건 어떤 이념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윤리는 아무런 힘이 없고, 변화를 막아줄 수도 없다. 홍수가 일어나는데 몽둥이를 들고나가 싸워서는 안되는 것이다. 기존 쌀농사 동네사회에서는 관계란 평생 함께 맺는 것이었고, 기본적으로 나이-위계적인 것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쌀농사에 필요한 날씨와 경험 데이터가 쌓이고, 이 지식을 응축해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는 없었기 때문에, 나이 먹은자가 지혜로운 자였다. 게다가 거의 전적으로 오프라인 관계를 맺던 시기가 아닌가. 평생 친구처럼 이웃처럼 함께 볼 사람, 혹시나 이사를 하더라도 인간관계 모르는 것, 함께 감자도 나눠먹고 이야기도 하고 연애얘기도 하고, 응? 얼마나 좋아, 응? 문제는 기존의 관계 패러다임이 기반하고 있었던 미디어-기술-사회적인 배경이 싹다 깨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수명은 줄고 있고, 평균 근속기간도 줄고 있으며, 업계의 변화도 빨라서 레거시 경험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들이 오고 있으며, 무엇보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까운 이들은 오프라인 관계가 아니라 온라인 관계를 기본 모드로 인식한다. 디지털 관계는 느슨한 관계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관여(engage)하고 헤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검색해서 찾고, 어쩌다 연결되고, 팔로우하고, 친구가 되고, 메시지를 나누고, 안 맞으면 차단을 박거나 언팔로우하는 것이다. 관계는 스트리밍하는 것이고, ‘평생’이란 패러다임이나 ‘정’ 따위가 여기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디지털 미디어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어폰은 어떤 의미일까? 디지털 중심의 인간에게 내 감각세계는 내가 통제하는 것이다. 나는 시각과 청각 디바이스를 통해 내가 어떤 세계와 관계하고 통제할지를 정한다. 이 모든 통제권은 나에게 있으며, 이를 방해할 권리가 있는 자는 없다. 내 맥북이고 내 눈이다. 내 귀이고 내 에어팟 맥스다. 사람마다 일할 때 선호하는 노이즈 타입이나 레벨이 다르다. 무드나 상황에 따라 더 좋아하는 노동요가 다를 수도 있다. 이는 취향의 문제이며, 누군가가 ‘너 근데 왜 음악들으면서 일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죄송하지만 난 일할때도 글쓸때도 회사에서 일할때도 이어폰이나 헤드폰 끼고 하는 시간이 많고, 한평생 이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인간을 본적이 없다. 스타트업, IT업계에서 일해와서 개인의 ‘감각 통제권’이 얼마나 깊게 생산성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왜 사무실의 그 노이즈와 계속되는 방해를 받아가며 일해야 하냐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계획되지 않고 동의되지 않은 오프라인 관여는 침입에 가깝다. 왜냐하면 온 정신이 디바이스 네트워크과 연결되어 있고 디지털 세계에 배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침입은 이념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존에 들어갔다(in the zone)’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몰입상태의 인간을 막 건들고 만지고 그러는거 아니다. 극도로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헤드폰 끼고 일하다 누가 어깨에 손을 얹으면 불쾌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정말 소스라칠정도로 놀라기도 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배태되어 몰입한다는 것은 다른 물리감각의 스위치를 껐다는 뜻이기에, 갑작스런 관여가 매우 불편해지는 것이다. 이건 디지털 인간의 특징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 인간은 회사도 동료도 ‘스트리밍’한다. 일단 나는 여기서 일이란 것을 받아서 내 능력으로 생산성을 발휘해서 뭔가를 만들어 기여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려고 온 것이다. 죄송하지만 감자 까먹고 순대국 사먹고 연애얘기도 하는, ‘평생 네트워크’ 시대의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디지털 인간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와중에 감자 까먹는 인간은 뒤쳐지기 때문이다. 이건 게임의 룰이고, 역시 이념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맑은 눈의 광인은, 물론 사회적인 경험이 적은 사람이다. 희극적으로 희화된 부분도 클 것이나, 기본적으로 (모든 변수가 동일하다면)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경험의 질과 양은 인간을 더 지혜롭게 하는 것은 맞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응? 왜요? 뭐죠?’라고 하며 이어폰을 빼지 않으려는 모습이 어색해보일 것이다. 실제로 나도 일하면서 ‘흠… 이건 뭐지?’ 싶은 분들이 있었고, 더 경험 많으신 분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 시대가 한 인간의 뇌가 처리하기 어려운 양의 변화가 홍수처럼 몰려오는 시대인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감자 까먹고 순대국 사먹고 연애 얘기한다고 ‘충성’, ‘의리’, ‘관계’가 생기는 사회가 아닌 것이고, 이건 반복해 말하듯이 윤리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기술발전으로 인해 인간이 관계에 접속하는 모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뇌가 관계를 처리하는 방식이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있는 것이 없다. 방법은 두 가지다. 비즈니스적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할 것. 그리고 그 와중에 따뜻함, 돌봄, 자비를 소통할 수 있는 소소하고 새로운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나갈 것. 사실 감자, 순대국, 연애 얘기에는 아무런 죄가 없다. 인간 대 인간으로 친해지고 내 자랑이나 옛날 얘기, 신세 한탄이 아닌 그냥 재미있고 흥미로운 얘기를 나누며 서로 관여하면 되는 것이다. 요즘에 뭐가 재미있고, 내가 재미있는 것은 뭐고, 취향과 관심사에 대한 대화 통해 대화와 관여의 영역을 만들어놓는다면, 맑은 눈이던 M세대이건 Z세대이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5명 중에 한명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은, 맞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특정 사람이 이상하다기보다는, 그냥 특정 확률로 에너지가 나랑 아예 안맞는 인간들이 있는 것. 그래서 사람에 따라 정말 ‘이 인간 뭐지’ 싶은 인간들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비즈니스 관계를 명확히 정의해 최소한의 인간적 소통을 해야하지 않을까. 헌데 내 경험으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면 다시 자비와 사랑의 대상으로 보이더라. 좁은 것은 나의 상상력과 자비력일뿐. 붓다가 비즈니스맨이었다면 맑은눈의 광인과 베프가 되었을 것이다. 맑은눈의 광인이 이어폰을 끼는 이유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기인한다. 맥락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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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6
섹시가이2
2023.02.07
BEST좃소일수록 심할꺼 같네요 어짜피 오래다닐 생각 없으니 맑은눈의 광인이 많다는것 좃좃소일 확률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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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커뮤니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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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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