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레이 SNL MZ 오피스 코너에는 '눈까리'라는 직원이 나온다. 이어폰 빼라는 선배의 지적에 '이어폰을 껴야 집중이 잘 됩니다'를 연발하며 빼지 않는다. 얼마 전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이게 화제가 됐다. 지인들 대부분 40대 이상 관리자급이다.
"일만 잘하면 됐지 뭐... 상관 안 하는 편이에요."
"얘기하려면 옆에 가서 어깨 쳐야 하는데, 참 불편하긴 해요."
이어폰 허용 못 한다, 껴도 된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는데, '가능하다면, 허용하겠다'라는 것이었다. 그 '가능'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업무 시간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 예를 들면 개인의 몰입이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기획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 본인 업무가 전방, 후방으로 연결성이 낮고, 독자적인 수행이 필요한 업무, 예를 들면 장기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
- 집중 근무가 필요한 시간, 예를 들어 오전 10~11시, 오후 2~4시 시간대를 벗어나 잠시 음악을 청취하는 경우
- 고객의 연락이 없는 야근 또는 주말 근무의 경우
다행히(?) 꼰대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사실, 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것은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음악으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소통과 협업을 방해할 가능성 역시 가지고 있다. 이 정도를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자세와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다.
"이어폰 끼고 있으면 일을 하는지 음악 감상을 하는지 어떻게 압니까?"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기본자세가 안 됐다고 봅니다."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심정적으로 이해되는 바도 있다. 그것이 그 회사의 문화라면, 규범이라면. 다만 한가지, 그 문화와 규범이 성과를 내는 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가 빠졌다. 위와 같이 말하는 사람에게 물었지만 명확하게 답변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도와 자세를 말하는 것은 그것을 느끼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관계'다. 하지만 요즘 2030세대 직원은 과거와 같은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이럴 때 계속 관계를 들먹이면 결국엔 꼰대가 된다. 이제는 성과를 내는데 무슨 영향을, 얼마나 주나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합의 확률이 높다. 관계는 주관이고, 일은 객관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어폰 끼고 일하는 직원, 어떠십니까?"
이 질문은 우리 조직이 일 중심으로 사고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질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회사에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이다. 일의 기준과 원칙이 새로운 관계 형성의 기본이 되길 희망한다.
사진 출처: @wayhomestudio at freepik
김진영
24년 직장 생활, 14년 리더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7쇄)을, 2021년 4월에 <팀장으로 산다는 건 2>(2쇄)를 2022년 7월에 출간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CJ대한통운, 현대해상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다. SK E&S, LG에너지솔루션, 한라 그룹 등에서 리더십 코칭을 수행했다. '리더십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