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에서 중간보다 약간 위인 상급자 포지션을 맞고 있는 요즘, MZ 세대와 그 윗세대 사이에 이른바 끼인 세대를 전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어느 쪽에 붙는 편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MZ와 업무를 더 많이 하게 될 텐데, MZ가 되어볼까?"
그렇게 생각을 했던 몇 달 전,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는 결과를 맞이했다. 한 직원과 업무차 Zoom으로 얘기를 하던 도중 팀 내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내용이 언급되었고, 당시 해당 직원이 휴무여서 연락을 부탁하였더니 '와~ ㅇㅇ님 어디 가셨나 봐요.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하길래 '오~ 진짜요? 어떻게 알았어요? 하고 묻자 '아 카톡 프사가 바뀌어 있어서요'라고 얘기하였다. 나에게 보이는 해당 직원의 카톡 프사는 기본 설정의 파란 사람 화면이었다. 몇 마디 나눠본 적도 없는데 멀티 프로필이 되어있던 그 씁쓸함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으로 다가왔다. 만나기도 전에 차인다는게 이런 기분인가 싶다.
"그럼 오늘까지 이 업무 정리해서 내일 오전에 보고 부탁드려요"
위 직급에 계신 분들의 '오늘까지'라는 말은 왜 매일 저녁 5시에서 6시 사이에 등장하는 걸까. 오늘까지에 해당되는 시간은 야근, 그것도 우리 회사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에서는 심야까지의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업무에 대한 리포팅 d-day는 다 같이 들으나 업무분장 및 업무의 최종 정리는 무리수라는 걸 인지한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업무를 분장한다. 최종 정리 후 보고는 늘 나의 몫이다. 이유는 하나, '그분과 얘기하기 불편해서'라고 한다. 재택이 잘 안착될 수 있었던 것은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라 하지만 때로는 업무에 꼭 필요한 커뮤니케이션마저 피해버리는 그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한다. 아... 나는 AZ 세대의 욕받이자, MZ 세대의 같이 놀기엔 조금 부끄럽고, 그냥 데면데면 지낼 정도로만 괜찮은 동료인 건가....
어느 날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나 정말 외로워"
나는 정말 괴롭다. 팀장님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실무도 쳐내느라, 그리고 나랑 업무 외적으로는 감정 교류도 안 해주며 철저하게 일만 하고 GOD생 사시느라 바쁘신 MZ들에게 어떻게든 비벼보느라. 나의 괴로움은 누가 알아줄까? 아마도 집 냉장고에 가득 차있는 4캔 만 원짜리 수입맥주 정도나 나를 위로해 주겠지 싶다. 요즘 아주 종종 내가 회사를 입사한 초창기 시절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꼰대들이 화를 내더라도 동료들끼리 부둥부둥하며 서로를 달래주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귀여운 대리, 과장, 차장 직급들이 퇴근 후 맛있는 거 먹자며 같이 나가던 따습고 아련한 그 시절...
어찌보면 세상의 각박함이 각 세대별로 차이나는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게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어떤 세대도 비난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아니, 그 차이를 인정하고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각자 모색, 각자 도생 하는 편이 좋겠다. 일단은 나부터 그러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땅위의 모든 MZ, AZ 그리고 GZ 들이 힘내길 바라며!
어짜피 퇴사할 수 없다면, 내일도 각자만의 방법으로 잘 살아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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