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는 마치 '좋은 날씨'를 말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 유재석님이 나오는 방송을 보는데, 기상캐스터 분들이 나오시는 프로그램이었다. 그중 한 분이 '오늘은 날씨가 좋다.'라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날씨는 개개인에 따라서 혹은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른 좋은 날씨의 기준이 달라 진다는데 있다. 좋은 리더는 누구를 기준으로 해서 좋은 리더이고, 어떤 상황에서 좋은 리더인가 하는 것이다. 전쟁에서는 이기는 리더가 좋은 리더이고, 기업에서는 이익실현에 크게 기여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대리 시절에 나에게 있어 좋은 리더는 '그냥 내가 일하도록 놔두는 리더'였다. 그냥 내가 알아서 실적내고, 우리 부서 목표 달성할 것이니 그저 지켜만 봐달라는게 대리 시절 나의 바램이었다. 열정이 앞서서 현실 상황과는 안 맞는 경우도 발생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운 좋게도 나를 그냥 그렇게 바라 봐 주신 팀장님이 계셨었다. 나는 마케팅 부서, 특히나 수출영업 부서 였으니 모든 실적이 숫자로 나오는 팀이었다. 그 팀장님은 목표 수량이나 재고, 생산진도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셔서,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신 후에, 내가 부서의 목표를 달성하는 걸 그냥 거의 방관(?) 수준으로 보고 계셨다. 그러다 대리 직급에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때 우리 팀장님이 나서 주시는 것이다. 부서간 수량 조절하고, 생산 부서 리더들과 협의해서 우리 부서 물량 생산 순서 조정해 주시고 등등 말이다. 이뿐이랴, 그 분에 대한 생각만 하면 정말이지 많은 영웅담(?)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그 분의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 어리신 분이었고, 그 분이 나의 롤모델이 되었었다. 그리고, 내가 승진되었을 때 그 분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 했다.
반면, 내가 리더 직급에 올라섰을 때, 한 팀원은 나에게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 주셨으면 한다는 언급을 하였었다. 그말을 했던 그 직원의 용기도 있지만, 그 친구에게 있어서 좋은 리더는 명확한 업무 분장과 명확한 지시를 할 줄 아는 리더 였던 것이다. 덧붙인다면 업무 실적이나 성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게 질 줄 아는 리더였던 것이다.
수십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 내가 느끼는 좋은 리더는 '일 할 줄 알고, 책임질 줄 아는 리더'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노는 리더는 이상하게 싫다. 기업이 직원들을 놀게 놔두지는 않겠지만, 올라가면서 일을 손에서 놓는 그런 방식은 정말이지 나는 싫다. 특히나 우리 나라의 기업에서는 '정치'라는 말을 빼놓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 문화가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외주재원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내가 보는 그런 모습은 조금 낯설기도 하다.
나는 이 곳에서 '일 하는 리더'의 모습을 수도 없이 본다. 소위 임원급이 수행직원 없이 작은 고객사를 만나고 다니고, 영업 이사가 생산 진도를 꿰고 있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본다. 굳이 장단점을 따지자면 우리 나라 기업 문화의 방식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반면 서양 기업의 이런 방식들이 좋다고만 볼 수도 없다. 중간 어딘가에 좋은 방식의 접점이 있겠지만, 나는 서양 기업문화의 방식에서 '좋은 리더'의 자질을 본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리더는 일 하는 리더, 실행하는 리더, 책임지는 리더이다. 조직에서 리더의 직위가 되면 정말 선택의 여지가 많아진다. 게다가 사원이나 대리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 할 수도 있다. 리더가 일을 잘 알고 부지런만 하다면 말이다.
만약 판매부서라면 당월 부서의 목표와 부서의 재고를 모르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 개인적 의견입니다. 경우의 수는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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