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이 아닌 악마급 팀장질

11.25 00:12 | 조회수 10,366
즐겁게성공한다
쌍 따봉
밤 11시 30분. "너 어디야?  ... 집? 미쳤냐?" 깊은 밤이지만 사무실은 형광등과 모니터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난 일을 제대로 끝내지 않고 퇴근한 A대리에게 전화걸어, ㅈㄹ하고 있었다. "뭐?"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상대도 화가 났는지 대놓고 대들었다. "야! 일을 이렇게 해놓고 퇴근하면 다야? 나한테 메일 한통 쏘고 가면 다냐고?" 열받은 나 역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오래전 마케팅 팀장 시절이다.) 다음 날인 목요일 오후 4시. 매출을 견인하는데 중요한 (온라인) 이벤트가 2개 오픈 예정이었다.  원래 수요일, 목요일 하나씩 오픈이 계획이었으나, 수요일차 A대리의 기획이 임팩트가 부족해보여 하루 연기하고 수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후 4시 오픈인데 왜 밤샘을 강요하느냐 할수 있지만, 수정된 기획을 바탕으로 오전에 디자인과 개발을 수정하고 테스트를 거쳐 오픈하자면... 실은 더 없이 빡빡하고 부족한 시간이었다. 디자인실과 개발팀에도 머리 숙여 읍소해가며 일정을 빼두었다. 그런데, 오픈 예정인 또 다른 프로모션 리뷰 미팅을 담당인 B대리와 마치고 나와보니, A대리는 메일 한통 나에게 보내두고 퇴근한 것이다!!! 한달 전, 빈틈없이 준비하여 사전에 Beta 테스트까지 하고 오픈 하겠다며 큰 소리 친 A였다. 허나, 중간 리뷰를 할 때마다 허점이 보여 계속 논의했지만 퀄리티가 나아지지 않았다. 더뎠다. "됐고! 지금 당장 사무실로 나와!!" 난 전화로 수정된 부분을 설명하는 A대리 말을 끊고 버럭 소리쳤다. 밤 12시가 다가오는데 집에 간 팀원에게 불같이 화내며  다시 출근을 강요하는 팀장. 요새 같으면 인사팀에 찔릴 꺼리고 팀장 지위 해제 사유일 것이다. 아니 그 보다 더 큰 징계감일지도... 결론은 새벽 1시쯤 A대리와 다시 기획안을 씨름했고 수정,보완하여 아침에 출근한 디자인과 개발까지 체크. 4시에 오픈했다. 오픈 후 A대리는 퇴근 시켰고, 난 오류 체크하며 B대리와 추진한 이벤트도 이어서 오픈했다. B도 녹초가 되었기에 일단 퇴근을 당부드리고 (B는 나보다 연장자였다) 개발팀의 불만을 들으며 실시간 오류를 체크, 수정했다. 당시 막내 팀장이었고 보궐 팀장이라 타 팀의 팀장들 보다 5~6살 어렸다. 그래서인지 지원부서의 구성원과 자주 싸우고 다독이고 아부하는 형국이었다. 2개 이벤트는 맞물려서  (내 예상보다는 부족했으나) 신규회원 유입과 동시에 유료화를 oo%로 달성했다. 내 생각은 이랬다. 비록 ㅈㄹ하는 팀장일지라도 '좋은게 좋은거야'하며 넘어가는 것보다 구성원, 팀원들이 뭔가 성장하고 얻는게 있는 그런 시간과 회사생활이 낫다는 쪽이었다. 1위 경쟁사와는 격차가 벌어져가고 3위가 우릴 따라잡고 있는데 웃으면서 팀을 이끌 정신적이 여유가 없기도 했다. 프로모션비, 광고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내 마음은 더 타들어갔다. 그런 몇 개월의 노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빌런, 아니 데빌급 팀장의 최후는 이렇다. 이벤트의 (작은)성공과 상관없이 A와는 회사 지하실에서 따로 만나 직급 떼고 싸웠다. 암묵적 화해를 하고 또 서로 지르며 여러가지 마케팅을 수행했다. 성수기가 끝날 무렵. 업계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화살'은 마케팅팀에 집중 되었고 (모회사의 정책, M&A 등 여러가지가 혼합되면서) 난 좌천되었다. 어느 기획부서의 팀원이 되었으나 좌천 후 6개월간~ 정말 6개월간 혼자 밥먹기의 시간이었다. 그 때 즈음, 동갑내기 개발자와 조금 친해졌는데 어느 날 대뜸 물었다. "야~ 너, 별명이 뭔지 알아?" "응? 몰라. 뭔데?"하고 묻자. . . . "악마" 라고 답해줬다. 좌천되기 전에 팀원이 10명.  나 포함 11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4명에서 시작해 고속 성장한 팀이었다. 참 허무했다. 특히 B대리가 그렇게나 나를 씹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땐 배신감이 분수같이 솟았다. ㆍ완장달면 사고 칠 미친 놈. ㆍ그냥 생각하는게 악마 같은 놈. 공허했다.  와이프와 아기를 생각하니 '무작정 퇴사'는 참았다. 옛 팀원들은 날 그렇게 생각했고 회사도 날 타깃으로 상황을 정리한 것 같았다. 하루하루 뒷통수가 따가웠다. 자학하는 것은 아니지만, 1) 객관적 지표인 매출과  M/S로 보면, --> 난 실패한 마케팅 팀장이었다. 2) 인적관리, 통솔력, 포용력 등으로 봐도, --> 난 실패한 리더였다. 여기서 6개월간 혼자 밥을 먹으며 리더십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마케터는 존재하지 않듯 모든 구성원에게 인기/인정받는 리더도 없을 것이다. 빠와 까,  까대는 사람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을 익혀야 겠다" 고 결심한 기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한 마음으로 일했다. A, B  등 수 많은 동료에게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다. 덕분에, '악마'란 별명 덕분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간 리더, 간부들이 이 글을 혹시나 읽는다면 한번 쯤 자신이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체크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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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12
동 따봉
11.25
BEST꼰대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진짜 악마는 절대 반성하지도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케팅팀다운 필력이시네요. 순식간에 읽혀 내려갑니다.
42
pm입니다
11.25
BEST아침 출근길 읽고 다시 한번 또 읽었네요.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팀장이였어도 전화해서 다시 출근하라고 했을 상황으로 보이네요. 저역시 일은 되게하고 여유 있을 때는 충분히 휴식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생각대로 되지가 않네요.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 같습니다.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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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11.25
BEST인지하고 고치려고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악마라고 말해도 전혀 반성 없는 분도 계시는 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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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입니다
11.25
아침 출근길 읽고 다시 한번 또 읽었네요.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팀장이였어도 전화해서 다시 출근하라고 했을 상황으로 보이네요. 저역시 일은 되게하고 여유 있을 때는 충분히 휴식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생각대로 되지가 않네요.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 같습니다.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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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즐겁게성공한다
쌍 따봉
작성자
11.25
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잘 마무리하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팀장이란 자리, 리더란 자리는 책으로 익힐 수도, 어떤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바로 잘 되진 않을 것 같아요. 부딪치면서 배워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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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댓병
11.25
그래도 스스로 실패를 인지하고 수정하고 하는 모습은 좋네요 그럼에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지내는 리더들도 많습니다 더 발전이 있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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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즐겁게성공한다
쌍 따봉
작성자
11.25
네, 감사해요. 어떤 리더를 모델로 하면 좋을까.. 당시에도 고민했고, 요새도 계속 바뀌어가면서 최적화를 찾아가는 중이랍니다. 혹시 역사적인 위인이나, 현존하는 경영자, 리더 등 추천주실 분 있으신지요? ^^ 한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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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댓병
11.26
저는 리더십 책을 한동안 엄청사서 봤다가 다 버렸습니다 거기 내용들 아무 소송없더라구요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문제가 대부분이라 1) 사람을 이해할려는게 제일 중요하고 2) 비전과 책임, 보상을 명확히 3) 일정부분 Push에 대해 두려워 말것 정도 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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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11.25
인지하고 고치려고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악마라고 말해도 전혀 반성 없는 분도 계시는 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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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즐겁게성공한다
쌍 따봉
작성자
11.25
뭐,, 저도 반성까지 6개월 동안... 처음에는 억울하고 욕하고 막~ 그랬습니다. 나이가 찬다고 어른이 아니더라구요. 마음 크기가 거의 벤댕이 였답니다 ^^;;;;
1
움직이는모든것
쌍 따봉
11.25
모든 것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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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리12
동 따봉
11.25
꼰대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진짜 악마는 절대 반성하지도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케팅팀다운 필력이시네요. 순식간에 읽혀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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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즐겁게성공한다
쌍 따봉
작성자
11.25
어이쿠~ 감사합니다. 요새 글쓰기가 재미있어졌는데. 이런 말씀주시니 무척 기쁘네요.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7
메롱이
11.25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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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오넬메시7
11.25
완장질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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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즐겁게성공한다
쌍 따봉
작성자
11.25
잘못된 '완장질'의 좋은 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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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
11.25
뭔가 슬프면서 공감되면서 희망찬 글이네요... 뭘 알겠냐만은 제 기준 멋진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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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혹일까
11.25
제가 좋아하는 리더 유형은 초한지의 유방인데 또 이건 하드캐리 능력자들이 팀원으로 으쌰으쌰해줄 때 가능한건가 싶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제가 팀원이었을 땐 님을 욕했겠지만 지금은 그 심경이 이해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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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엔식용유
11.25
나빴지만 적어도 바뀌어야 한다는것을 알고있는 멋진사람입니다. A,B는 안바뀔 꺼에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고, 바다는 비에 젖지 않습니다. 작성자분의 고뇌와 성장 끝내 완성될 역작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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