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앱을 설치하고 오늘 가장 인기있는 글을 받아보세요
오늘 가장 인기있는 회사생활 소식을 받아보는 방법!

빌런이 아닌 악마급 팀장질

2022.11.25 | 조회수 11,384
즐겁게성공한다
밤 11시 30분. "너 어디야?  ... 집? 미쳤냐?" 깊은 밤이지만 사무실은 형광등과 모니터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난 일을 제대로 끝내지 않고 퇴근한 A대리에게 전화걸어, ㅈㄹ하고 있었다. "뭐?"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상대도 화가 났는지 대놓고 대들었다. "야! 일을 이렇게 해놓고 퇴근하면 다야? 나한테 메일 한통 쏘고 가면 다냐고?" 열받은 나 역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오래전 마케팅 팀장 시절이다.) 다음 날인 목요일 오후 4시. 매출을 견인하는데 중요한 (온라인) 이벤트가 2개 오픈 예정이었다.  원래 수요일, 목요일 하나씩 오픈이 계획이었으나, 수요일차 A대리의 기획이 임팩트가 부족해보여 하루 연기하고 수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후 4시 오픈인데 왜 밤샘을 강요하느냐 할수 있지만, 수정된 기획을 바탕으로 오전에 디자인과 개발을 수정하고 테스트를 거쳐 오픈하자면... 실은 더 없이 빡빡하고 부족한 시간이었다. 디자인실과 개발팀에도 머리 숙여 읍소해가며 일정을 빼두었다. 그런데, 오픈 예정인 또 다른 프로모션 리뷰 미팅을 담당인 B대리와 마치고 나와보니, A대리는 메일 한통 나에게 보내두고 퇴근한 것이다!!! 한달 전, 빈틈없이 준비하여 사전에 Beta 테스트까지 하고 오픈 하겠다며 큰 소리 친 A였다. 허나, 중간 리뷰를 할 때마다 허점이 보여 계속 논의했지만 퀄리티가 나아지지 않았다. 더뎠다. "됐고! 지금 당장 사무실로 나와!!" 난 전화로 수정된 부분을 설명하는 A대리 말을 끊고 버럭 소리쳤다. 밤 12시가 다가오는데 집에 간 팀원에게 불같이 화내며  다시 출근을 강요하는 팀장. 요새 같으면 인사팀에 찔릴 꺼리고 팀장 지위 해제 사유일 것이다. 아니 그 보다 더 큰 징계감일지도... 결론은 새벽 1시쯤 A대리와 다시 기획안을 씨름했고 수정,보완하여 아침에 출근한 디자인과 개발까지 체크. 4시에 오픈했다. 오픈 후 A대리는 퇴근 시켰고, 난 오류 체크하며 B대리와 추진한 이벤트도 이어서 오픈했다. B도 녹초가 되었기에 일단 퇴근을 당부드리고 (B는 나보다 연장자였다) 개발팀의 불만을 들으며 실시간 오류를 체크, 수정했다. 당시 막내 팀장이었고 보궐 팀장이라 타 팀의 팀장들 보다 5~6살 어렸다. 그래서인지 지원부서의 구성원과 자주 싸우고 다독이고 아부하는 형국이었다. 2개 이벤트는 맞물려서  (내 예상보다는 부족했으나) 신규회원 유입과 동시에 유료화를 oo%로 달성했다. 내 생각은 이랬다. 비록 ㅈㄹ하는 팀장일지라도 '좋은게 좋은거야'하며 넘어가는 것보다 구성원, 팀원들이 뭔가 성장하고 얻는게 있는 그런 시간과 회사생활이 낫다는 쪽이었다. 1위 경쟁사와는 격차가 벌어져가고 3위가 우릴 따라잡고 있는데 웃으면서 팀을 이끌 정신적이 여유가 없기도 했다. 프로모션비, 광고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내 마음은 더 타들어갔다. 그런 몇 개월의 노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빌런, 아니 데빌급 팀장의 최후는 이렇다. 이벤트의 (작은)성공과 상관없이 A와는 회사 지하실에서 따로 만나 직급 떼고 싸웠다. 암묵적 화해를 하고 또 서로 지르며 여러가지 마케팅을 수행했다. 성수기가 끝날 무렵. 업계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화살'은 마케팅팀에 집중 되었고 (모회사의 정책, M&A 등 여러가지가 혼합되면서) 난 좌천되었다. 어느 기획부서의 팀원이 되었으나 좌천 후 6개월간~ 정말 6개월간 혼자 밥먹기의 시간이었다. 그 때 즈음, 동갑내기 개발자와 조금 친해졌는데 어느 날 대뜸 물었다. "야~ 너, 별명이 뭔지 알아?" "응? 몰라. 뭔데?"하고 묻자. . . . "악마" 라고 답해줬다. 좌천되기 전에 팀원이 10명.  나 포함 11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4명에서 시작해 고속 성장한 팀이었다. 참 허무했다. 특히 B대리가 그렇게나 나를 씹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땐 배신감이 분수같이 솟았다. ㆍ완장달면 사고 칠 미친 놈. ㆍ그냥 생각하는게 악마 같은 놈. 공허했다.  와이프와 아기를 생각하니 '무작정 퇴사'는 참았다. 옛 팀원들은 날 그렇게 생각했고 회사도 날 타깃으로 상황을 정리한 것 같았다. 하루하루 뒷통수가 따가웠다. 자학하는 것은 아니지만, 1) 객관적 지표인 매출과  M/S로 보면, --> 난 실패한 마케팅 팀장이었다. 2) 인적관리, 통솔력, 포용력 등으로 봐도, --> 난 실패한 리더였다. 여기서 6개월간 혼자 밥을 먹으며 리더십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마케터는 존재하지 않듯 모든 구성원에게 인기/인정받는 리더도 없을 것이다. 빠와 까,  까대는 사람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을 익혀야 겠다" 고 결심한 기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한 마음으로 일했다. A, B  등 수 많은 동료에게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다. 덕분에, '악마'란 별명 덕분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간 리더, 간부들이 이 글을 혹시나 읽는다면 한번 쯤 자신이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체크해 보면 좋겠다.
119
닉네임으로 등록
등록
전체 댓글 43
아리12
억대 연봉
2022.11.25
BEST꼰대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진짜 악마는 절대 반성하지도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케팅팀다운 필력이시네요. 순식간에 읽혀 내려갑니다.
43

리멤버 회원이 되면 43개의 모든 댓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김커뮤니티
2020.07.01
BEST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154
김커리어
2020.07.01
BEST리멤버 회원을 위한 경력 관리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소개합니다. 당장 이직 생각이 없어도, 좋은 커리어 제안은 받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리멤버 커리어>는 리멤버에서 새롭게 출시한 회원님들을 위한 경력 관리 서비스 입니다. 능력있는 경력직 분들이 <리멤버 커리어>에 간단한 프로필만 등록해두면, 좋은 커리어 제안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단 1분의 투자로 프로필을 등록해두기만 하면, 기업인사팀이나 헤드헌터가 회원님께 꼭 맞는 제안을 직접 보내드립니다. 지금 바로 <리멤버 커리어>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나보세요!
21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Copyright 2019. Drama & Company All rights reserved.